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오는 언덕과 동산에게 꾸밈을 얻으니(가까이 있는 어진이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니), 묶은 비단이 자잘하면 인색하나 마침내 길하리라.[비괘 육오]
고조는 척부인을 사랑해서 전쟁터일지라도 꼭 데리고 같이 다니며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척부인에게서 태어난 조왕(趙王)은 자신을 꼭 닮아서 너무나 예뻤다. 이름도 ‘내 뜻과 같다’는 뜻을 넣어서 ‘여의(如意)’라고 지을 정도였다. 여후가 낳은 맏아들을 태자로 삼았지만, 여후도 맘에 안 들고 자기와 달리 심성이 유약한 태자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항시 태자를 바꿀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하들이 말을 듣지 않고 반대하였다.
그러던 중 경포(黥布)의 난을 평정하고 돌아와서부터는 병약해져서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죽기 전에 태자를 바꾸고 싶어서 장량 등 믿을 만한 신하들을 불러 모았지만 태자를 바꾸는 것은 안 된다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그런 사실을 간파한 여후가 장량을 보고, “적송자의 제자가 되어 편히 살려면 내 아들을 임금으로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라고 다그쳤다. 장량이 “폐하께서 막하에 두고 싶어서 초청했지만 거절하고 오지 않은 분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불러서 태자를 보필하게 하고, 이를 폐하께서 알게 하면 해결될 것입니다.” 그래서 예를 다해서 그 네 사람을 불렀다. 이들이 바로 백발이 성성한 채 상산에 은거한다고 해서 상산사호(商山四皓)라고 불리는 네 사람이다.
잔치를 열어 술을 마실 때 태자가 고조를 모셨는데, 태자의 뒤에 상산사호가 시종했다. 그들의 나이는 모두 80 세가 넘었고 수염과 눈썹이 희고 훤칠한 모습이 좌중을 압도했다. 고조가 신기하게 여겨서 “무엇하는 사람인가?” 물었다. 네 사람이 이름을 밝히니, 고조가 “내가 공들을 찾을 때는 나를 피해 달아나더니, 어찌하여 내 아이를 따르는가?”
네 사람이 “폐하께서 선비를 가벼이 여겨 욕하기를 좋아하시니, 신들이 의리를 욕되게 할까봐 도망하여 숨었습니다. 하지만 태자는 어질고 효성스럽고 선비를 사랑하시어, 천하가 태자를 위해 죽기를 원하지 않는 자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신들이 왔나이다.”
네 사람이 고조에게 축수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배웅하면서 척부인에게 말했다. “저기 네 사람을 보라. 내가 태자를 바꾸려고 했지만, 저 네 사람이 태자를 보필해서 이미 날개가 갖춰졌으니 어찌 하겠는가? 그대는 나를 위해 초나라 춤을 추시오. 내가 그 춤에 맞춰서 초나라 풍으로 노래를 부르겠오.”라고 하니, 그 노래가 「홍곡가(鴻鵠歌)」로 알려져 전해진다.
“홍곡이 높이 날아(鴻鵠髙飛)/ 한 번에 천리를 날아가네(一舉千里)/ 날개가 이미 크게 자라나서(羽翼已就)/ 온 세상을 휘저어가네(横絶四海)/ 온세상을 휘저어가니(横絶四海)/ 또 어찌하겠는가(又可奈何)/ 주살이 있어 쏘더라도(雖有矰繳)/ 어떻게 맞출 수가 있겠는가?(尚安所施)” 노래를 들은 척부인이 이심전심으로 임금의 뜻을 깨우치고 한 없이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역에서는 ‘자신의 주변을 훌륭한 사람으로 꾸미되, 소박한 마음으로 대접하면 성공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