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五齊와 三酒
주나라 관직 중에서 천관은 재관, 식관, 의관, 내시 등 몇 가지로 나뉘어 있다. 이 중에서 식관의 서열은 정치(政治)를 주관하는 재관 바로 뒤에 놓인다. 식관은 다시 선부(膳夫), 포인(庖人), 내옹(內饔), 외옹(外饔)을 비롯하여 식의(食醫), 주정(酒正), 주인(酒人), 장인(漿人) 능인(凌人), 변인(籩人), 해인(醢人), 혜인(醯人), 염인(鹽人), 멱인(冪人) 등 주 업무에 따라 20여 종류로 구분한다. 또 각 식관 밑에는 많은 부하가 분업으로 작업을 했다.
『주례』에서는 식관을 백관의 우두머리로 열거하면서 이들을 모두 천관에 귀속시켰다.
그 중에 주정은 양조 기술에 능통하여 규정에 따라 누룩 만드는 일을 맡는다. 다섯 가지 술을 식별하는 책임도 진다. 다섯 가지 술은 오제라고 하는데 범제(泛齊), 예제(醴齊), 앙제(盎齊), 제제(緹齊), 침제(沈齊)를 말한다. 주정은 또 삼주사음(三酒四飮)을 판별해야 한다. 삼주는 사주(事酒), 석주(昔酒), 청주(淸酒)를 말하며 사음(四飮)은 청(淸), 의(醫), 장(漿), 이(酏)를 말한다.
주인은 오제삼주의 양조(釀造)를 책임진다. 제사와 손님을 접대하는 연회용 술을 공급하는 일을 한다.
술통인 준(尊)에는 오제를 담는데, 범제는 금시 술을 담가 버무려 놓은 술의 재료들이 그대로 떠있는 아직 술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 초기의 박주(薄酒)이다. 예제는 날씨에 따라 3일~7일 정도 되어 일차로 당화 과정에 있는 술지게미가 있는 미주(米酒)이다. 앙제는 술이 거의 다 익어 재료는 대개 밑으로 가라앉고 맑고 푸르스름한 색이 돌고 위에 하얀 밥알만 동동 뜬 상태의 술이다. 제제는 그 상태로 채주하지 않고 두면 술이 발효가 더 진행되어 밥풀도 더 가라앉고 술 빛깔은 점점 우리가 익히 아는 붉은 갈색이 된다. 여기에 대오리로 짠 용수를 박아 가운데 고인 술을 떠내면 청주 또는 약주라 한다. 침제는 잘 익은 남은 술을 체나 자루에 쏟아 맑은 술을 받아 저장하면 재강은 밑으로 가라앉아 맑은 청주가 되고 숙성이 되어 색이 더 맑고 진해 지면서 맛과 향도 좋아진다. 지금은 냉장보관이 가능해서 1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남은 술지게미와 섞여 있는 술은 다 짜내고 다시 물을 주어 주물러서 짜내어 농사나 일하는 사람들이 먹는 탁주 또는 막걸리가 된다.
삼주(三酒)는 사주(事酒), 석주(昔酒), 청주(淸酒)를 이르는데 사주는 일이 있을 때 마시는 술로 제사가 끝난 뒤 종사한 사람이 마시는 술이다. 미주 막걸리 탁주로 불린다. 석주는 이른 봄에 쓰기 위해서는 긴 겨울동안 서서히 발효가 되기 때문에 전 해의 10월 말 쯤에 담가 다음해 봄에 채주하여 사용한다. 그래서 술을 담근 지 오래되어서야 익은 술이라 하여 옛 석자를 쓴 것으로 본다. 냉폐되지 않도록 보온을 하며 서서히 오래 발효시킨 술은 맛과 향이 뛰어나다. 청주는 잘 발효된 항아리에 용수를 박아 떠낸 술과 또 그것을 저장하여 부유물을 침전시킨 맑은 술 모두를 지칭할 수 있다.
사음(四飮)은 술지게미를 제거하고 단맛이 나는 술인 청(淸)과 죽(粥)으로 빚은 술인 의(醫), 산성(酸性)음료수인 장(漿) 그리고 걸쭉한 죽인 이(酏)를 가리킨다.
석전에 쓰이는 술은 예제, 앙제, 청주의 세 가지인데 예제와 앙제는 발효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맛이 엷어 제라 하여 제사에 올리고, 청주는 발효가 끝난 잘 익은 술로 주라 하며 제사에 사용 후 음복주로 사용한다.
희준, 상준, 산뢰는 한 벌이 두 개 씩 인데 동쪽의 희준에는 예제를 상준에는 앙제를 산뢰에는 청주를 담는다. 서쪽에 놓는 나머지 한 벌의 희준에는 명수(明水), 상준에는 명수 그리고 나머지 산뢰의 준에는 현주(玄酒)를 담는다.
명수는 그늘진 곳에서 뜨는 것으로 달빛 아래의 물은 달에서 나기 때문에 명이라 하는 것이며, 그 새롭고 깨끗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현주는 태고적에는 술이 없어서 물을 가지고 행례를 했는데 후일의 왕이 옛것을 소중히 여겨서 높여 현주라 한 것이다. 이것은 모두 담아만 놓고 잔질하지는 않는다.
박종철(성균관 석전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