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동인은 부드러운 음이 지위를 얻으며, 중덕을 얻어서 천도에 응했기 때문에 동인이라 한 것이다. ‘동인을 들에서 하면 형통하다. 대천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는 천도를 행함이고, 문명해서 굳세고, 중정해서 응원함이 군자의 바른 것이니, 오직 군자라야 천하의 뜻에 통할 수 있다. [同人卦 彖傳]
요즘 플랫폼이란 말이 유행이다. 플랫폼을 우리말로 하면 정거장 또는 장터이다. 어떤 단체나 기업은 정거장 역할만 하고 불특정 다수가 정거장을 이용하며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정거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거장에 상주하는 사람은 적다. 모두 잠시 이용하곤 떠나가는 것이다. 세상살이가 공수래공수거라고 하듯이 내가 소유한 것이라 해도 잠시 소유한 것이지 영원한 소유가 없다는 개념의 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개념을 활용한 기업이 세계 최고기업 서열의 1·2·3·4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 구글, MS, 페이스북 등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굴지의 기업들이 그러한 사례이다. 사람들이 자주 찾게 되는 장터를 제공한 것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짧은 역사인데도 상상하기 어려운 대기업이 된 것이다.
공자님께서는 이미 3천 년 전에 동인괘를 통해 이러한 장터이론을 말씀하셨다. 동인은 사람들이 모여서 한 마음이 되어 화합한다는 뜻이고 하늘 아래에 등불을 밝히고 친목을 도모하는 상이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각자의 성명(性命)이라는 등불을 켜고 모여서 서로간의 학문을 토론하고 사업을 하는 등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등불이 제대로 밝혀지려면 모두에게 평등하고 공정하면서도 화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한 역할은 장터를 관리하는 사람이 한다. 동인괘에서 말하는 천도의 역할이다. 장터를 관리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도록 투명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자님은 “들에서 동인을 하라”고 하셨다. 사방이 탁 트여서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들이다. 이런 곳을 장터로 만들면 누구나 쉽게 오고 갈 수 있어서 좋고 또 누구나 장터의 좋고 나쁨을 살필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또 장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뜻을 펴되 온유하고 부드럽게 행동하고 항상 중도를 지키면서 화합할 것을 생각하며 아울러 장터의 규칙을 지키자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다. 장터에는 각기 특성에 맞는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을 지키면서 각자의 뜻을 펴고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래야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장터도 발전할 수 있다.
작금의 성균관 사태를 보면서 동인괘를 떠올리게 되었다. 성균관은 수백년을 공자님을 배우고 공자님이 되려고 하는 유생들이 규칙을 세워 온 활발하고 의미있는 장터이다. 성균관장은 그 규칙에 따라 장터를 관리하는 사람이고 유생들은 공자님의 사상으로 동인하는 사람인 것이다. 성균관을 사유물로 여기지 않고 성균관을 통해 군자가 되려고 노력한다면 서로 간에 다툴 이유가 없다. 아니 성균관이 더욱 활발해져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장터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직 군자라야 천하의 뜻에 통할 수 있다”고 매듭지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