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이는 어머니의 일을 주관함이니 곧게만 할 수는 없다. 상에 말하기를 ‘구이가 어머니의 일을 주관함’은 중도를 얻은 것이다. (고괘 구이)
중국 전국시대의 인륜 난맥상을 이야기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위(衛)나라의 2대에 걸친 차마 입으로 전하지 못할 불륜은 시경에 실려서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먼저 불륜을 저지른 것은 선공(宣公)이다. 아버지(장공)의 첩인 이강과 사통하여 아들 완과 급을 낳았다. 이 이야기는 시경의 웅치(雄雉)시와 포유고엽(匏有苦葉)시에 담겨서 전해진다.
선공의 불륜은 한 걸음 더 나간다. 아들 급과 제나라 공주를 결혼시키려 하였는데, 그 며느리 될 공주의 출중한 미모에 반해버렸다. 결국 자기의 첩으로 삼은 뒤에, 황하 근처에 새로 궁전을 짓고 살았다. 시아버지의 첩이 된 제나라 공주 선강(宣姜)은 수와 삭 두 아들을 낳았다. 시경의 신대(新臺)시는 선공을 꼽추로 비유하여 그 부도덕한 행동을 비난한 시이다.
선공의 총애가 선강에게로 기운 것을 비관한 이강이 목을 매어 자살하자, 선강은 권력을 잡을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남편이 될 뻔했던 급을 죽이고 자신의 아들 수를 태자로 세우려는 음모를 꾸몄다. 급을 제나라에 사신으로 보내고 중간쯤 갔을 때 죽일 계획을 세운 것이다. 평소 이복형 급을 좋아했던 수가 몸을 피신하라고 했지만,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듣지 않았다.
수가 급을 위해 송별연을 베풀어 취하게 한 뒤에, 사신의 복장과 깃발을 훔쳐서 길을 떠나니, 선공의 명을 받은 도적들이 급이라 생각하여 쫓아가 죽였다. 급이 황급히 뒤쫓아 가서 “너희들은 나를 죽이려 한 것이니, 수는 놓아두고 나를 죽여라” 하고 소리쳤다. 도적들이 그 말을 듣고 급을 죽이니, 수와 급이 모두 함께 죽게 되었다. 이 내용이 시로 전해졌으니, 바로 이자승주(二子乘舟)시이다.
세월이 흘러 선공이 죽고 선강의 둘째아들 삭이 위나라의 임금(혜공)이 되었다. 이때 위나라의 권력을 노린 완(급의 동복형)과 성욕을 억제하지 못한 선강의 불륜이 일어났다. 자식이 부모를 범한 2대째 불륜이다.
어떤 사람은, ‘당시 강대국인 제나라의 양공이 자기 딸(선강)을 위해서 완과 강제 결혼을 시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은 위나라의 임금이 되었고, 세 딸은 다른 제후국에 공주의 신분으로 시집갈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명색이 모친과 자식의 결혼이므로 불륜이라고 했을 뿐’이라고도 한다. 이 둘 사이의 불륜 역시 시경의 순지분분(鶉之奔奔)시와 장유자(墻有茨)시에 그 당시 사람들의 감정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불륜이 적힌 시를, 공자님께서는 ‘사무사’라고 강조하신 시경에서 왜 살려놓으셨을까?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하신 것이리라. 부도덕한 부모는 부모대로, 의리를 지키다 죽은 두 아들은 아들대로, 효성이 지극해서 재치(載馳)시를 남긴 딸(허 목부인)은 딸대로, 불륜을 미워한 당시의 백성은 백성대로 남겨서 그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신 것이리라. 그래서 역에서는 "세상의 일은 바름만 주장할 수도 없고, 부모의 잘못은 질책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