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중 이런 얘기가 있다. 북쪽 바다에 ‘곤’이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곤은 더 넓고 큰 세상을 보고 싶어 각고의 노력 끝에 ‘붕’이라는 새로 변신을 한다. 붕은 날개를 한번 펼치면 하늘이 까맣게 변할 정도로 크고, 한 번에 구만리나 날아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새다. 곤이 이런 붕새로 되는 변신은 성형수술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물고기가 새라는 아예 다른 존재로 탈바꿈하는 대변신이다. 그 정도 변신이 거저 이뤄질 리 없다. “왜 저 혼자 유난이람?” 하는 다른 물고기들의 비아냥과 냉대를 감수해야 하고, 천년에 한 번꼴로 바다 기운이 크게 움직일 때를 기다려야 비로소 변신할 수 있다.
그렇게 변한 붕새가 가고자 한 곳은 ‘남쪽’이다. 곤으로 살던 시절의 북쪽 바다와 달리 남쪽은 밝고 따뜻하다. 자유가 충만한 곳이다. 하지만 붕새의 날개가 너무 커서 남쪽으로 가려면 ‘강한 바람’이 필요하다. 그 강한 바람을 뚫고 구만리 상공으로 수직상승하는 과정에서 거센 바람의 저항도 이겨내야 한다. 과연 붕새는 무사히 남쪽으로 날아갔을까?
<장자>의 가장 첫머리에 등장하는 이 붕새 이야기는, 아쉽게도 결말을 전하지 않는다. 결말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자유로운 남쪽 바다는 하나의 지향점이었을 뿐, 그곳으로 날아가기 위한 붕새의 여정이 <장자>에서는 더 흥미진진하다.
다른 동양 고전과 달리 <장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로만 되어 있다. 그 속에 담긴 깊은 상징과 메시지 때문에 철학, 문학, 예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다양하게 연구되는 대표적 동양사상이다. 요즘 말로 융복합 인문학의 표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상징과 비유 때문에 원문만 읽어 뜻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반 대중에게는 <장자>의 해설이 필요하다. 전문 학자들의 해설서들 사이에서 한 직장인이 자신이 만난 장자 이야기를 풀어놨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부제목에서 느껴지듯, 장자가 저자의 삶에 끼친 영향이 보통 아니었다. 저자는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이라는 베스트셀러를 통해 이미 승자의 철학인 손자병법을 비겁의 철학으로 읽어내며, 직장인이 쓴 고전 해설이 왜 그토록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증명한 바 있다.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특이하게도 <장자>의 메시지와 시사점을 설명하는 도구로써 그리스 로마 고전들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래 그리스 철학의 전통과 스토아학파를 비롯한 로마 철학은 <장자>와 놀라울 만큼 비슷한 면이 많다. 이 책은 경계를 넘나드는 ‘장자’를 소개하는 만큼, 책 한 권에서 동서양 철학을 한 번에 만나보는 즐거움과 교양도 함께 선사한다.
흐름출판 / 031-674-5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