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구는 그 발꿈치(행실)를 꾸밈이니 수레를 버리고 걷는다. 상에 말하기를 "수레를 버리고 걸어감’은 의리 때문에 타지 않는 것이다."(비괘 초구효)
『시자(尸子)』에 "공자(孔子)께서 승모(勝母)마을에 이르렀을 때 날이 어두워졌으나 유숙하지 않고 떠나셨으며, 도천(盜泉)마을을 지날 때 목말랐지만 마시지 않으신 것은, 그 이름을 미워하고 꺼리셨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다른 책 이를테면 『회남자』 같은 책에서는 '승모'에 머무르지 않은 사람이 공자에서 증자로 바뀐다. 즉 "증자는 효도로 유명하였는데 승모현을 지나가지 않았다"고 하였다.
여기서 '승모'는 중국에 있는 마을이름이다. 마침 날이 저물어서 유숙하고 가야했는데도, 머물지 않고 그냥 지나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까지 가서야 쉬어갔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승모'를 풀이하면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이기 때문에, 지극한 효도로 유명한 증자님이 어떻게 머물 수 있으셨겠는가?
본래 '이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청색이 남색에서 나왔지만 남색보다 더 푸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스승을 이기고, 부모를 이기고, 선배를 이기고 …. 그래야 세상이 발전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꺼려하셨을까? 『회남자』의 「천문훈」편을 보면 그 답을 읽을 수 있다. "자식이 어미를 이기는 것을 곤궁하게 한다(困)고 한다. (곤궁하게 한다는 것은 친다는 것이다) 이김으로써 쳐서 죽이고, 이기면서도 보답을 하지 않는다. … 곤궁하게 함으로써 일을 하면 일을 망치고 본인도 죽게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 자식이 부모보다 뛰어나면 무엇보다도 그 부모가 기뻐할 것인데, 그 뛰어남으로써 부모님께 보답하지 않고, 부모를 창피해 하고, 나아가 부모를 해치려고 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본 것이다. 더 나쁜 것은 그 해침이 부모님께서 약해졌을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주관총의』의 계절병 설명에, "한기에 다쳤어도 겨울에는 몸 안에 양기가 주관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봄에 목기운이 주관하게 되어서야 한기가 드러나는데, 목기운을 따라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두통이 생긴다"고 하였다. 그게 바로 계절병이고, 사람으로 치면 자식이 장성해서 한 몫을 하게 될 때 부모는 쇠약해져서 병들게 되고, 자식을 낳고 기를 때 아팠던 곳이 병증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승모'라는 말만 들어도 불효가 떠올라 싫으셨을 것이다.
또 『음부경』에 "하늘에 다섯 도적이 있고, 사람 마음에도 다섯 도적이 있다"고 하고, 또 "하늘과 땅은 만물의 도적이요, 만물은 사람의 도적이요, 사람은 만물의 도적이라"고 했으니, '도천'을 샘물을 도둑질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천지의 정기가 담긴 아주 영험한 샘물로 볼 수 있다. 마을이름을 지을 때 굳이 좋지 않는 이름으로 지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때에 따라서는 좋지 않은 느낌이 들 때가 있고, 또 소신과 의리상 하지 말아야 되는 것이 있다. 호텔에서 편안하게 자고 싶지만 불순한 뜻으로 초청한 것이라면 떠나는 것이고, 목말라서 물 한잔을 받아먹고 싶지만 느낌이 좋지 않다면 마시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의리에 어긋나면 편리한 자가용이 있더라도 타지 않고 걸어간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