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169닷새 총장의 위력과 몰락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사는 마른 고기를 씹어서 쇠(金)와 화살을 얻으나, 어렵게 여기고 조심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길하리라. (서합괘 구사효) 한나라 선제 때 광록훈으로 궁중 안의 모든 잡무를 총괄하던 양운(楊惲)은 강직하고 청렴해서 불의와 타협을 못했다. 더구나 자신의 능력을 은근히 뽐내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잘 찾아서 지적하기를 좋아

윤상철 2019. 6. 1.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사는 마른 고기를 씹어서 쇠(金)와 화살을 얻으나, 어렵게 여기고 조심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길하리라. (서합괘 구사효)

한나라 선제 때 광록훈으로 궁중 안의 모든 잡무를 총괄하던 양운(楊惲)은 강직하고 청렴해서 불의와 타협을 못했다. 더구나 자신의 능력을 은근히 뽐내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잘 찾아서 지적하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특별한 잘못은 없었지만 적이 많았다.

하루는 태복 대장락이 황제에게 고소하기를 “양운이 황제를 원망해서 요사스레 저주하는 말을 했다”고 하였다. 특별한 물증이 없었지만 황제도 양운을 껄끄럽게 생각한지라 모르는 척하며 파직을 명했다. 잘못했다고 빌면 복직시키려고 했는데, 달다 쓰다 말없이 고향으로 내려가서 대규모로 농사를 짓고 주변에 산업을 일으켜 크게 재산을 모았다. 그랬더니 “큰 벼슬을 하다 폐직되면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전직 관료의 예우를 받아 돈을 벌었다”고 하며 헐뜯었다. “내가 잘못을 저질러서 면직되었기 때문에 고향에 내려와 농사짓고 사는 것이다. 힘들게 일해서 얻은 수확으로 주변을 부유롭게 하고 또 대자연을 즐기니 이 얼마나 좋은가? 다시 또 정계에 발을 들여놓을 마음이 없으니 거리낄 것이 무엇 있는가?” 하였다.

한 번 좋지 않게 보는 눈은 무엇을 해도 좋지 않게 보는 법이다. 때 마침 일식이 일어나자, “양운이 교만하고 사치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니, 일식이 일어난 것입니다”고 하며 소문을 냈다. 그렇지 않아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내려가서 괘씸했던지라, 흉흉한 소문도 잠재울 겸 여론에 편승해서 대역무도죄로 다스려 죽였다.

양운이 억울하게 죽었어도 일식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잠재워지지 않자, 또 다른 희생양을 요구하였다. 대신들이 “경조윤(수도권 치안총책) 장창은 양운과 같은 당파사람이니, 내쫓아야 합니다” 하고 일어났다. 하지만 장창은 황제가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며 가타부타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지만 그 목이 오늘내일하고 있었다.

그러니 장창의 명령이 먹혀들어갈 리가 없었다. 그래서 평소 가장 아끼며 위해주었던 서순을 시켜 어떤 사건을 조사하라고 시켰다. 서순에게 모범을 보이게 한 것이다. 그런데 서순이 “닷새 남은 경조윤의 말을 누가 듣겠는가?” 하면서 자기 집으로 들어가 쉬었다. 장창이 서순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곧바로 서순을 잡아서 가둔 채로 죄상을 조사해서 사형죄로 만들어놓았다. 그리곤 서순을 사형시킬 때 “닷새 남은 경조윤의 힘이 어떠한가? 겨울이 다해서 봄이 오니 생명을 늘려주랴?” 하며 놀리고는 서순을 죽여 본보기로 삼았다.

그런데 하필 사형시킨 날이 입춘이었다. 예로부터 입춘이 지나면 봄의 살리는 기운을 해칠 것을 우려하여 사형을 시키지 못하는 것이 율법이었다. 서순의 집안사람들이 억울하다고 여론을 만들고 장창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부추겼다. 주변에서도 “사형까지 시킬 일이 아닌데 급히 죄목을 엮어서 죽였다”고 보고하니, 황제도 어쩔 수 없이 장창을 파직시켰다.

그래서 역에서는 "성실하게 살아서 명예가 높아지고 지위도 오르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크게 다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