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는 하나로 관통한다.” 공자는 제자 증삼에게 이렇게 단언한 적이 있었다. 공자가 말한 그 하나는 무엇일까? 증삼은 그것을 ‘충서(忠恕)’로 이해했지만 충서 또한 결국은 인(仁)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았다.
공자의 도를 관통하는 그 하나는 바로 인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의 저자는 인을 타자에 대한 나의 관심과 사랑으로 다시 읽어낸다.
타자의 철학자 레비나스는 서양철학의 전통 속에서 피폐해진 자아의 모습을 발견하고 타자를 불러내 위무해 주었으며, 이러한 레비나스의 생각을 빌려 저자는 동양의 전통 속에서 단순한 의역과 주석으로만 되살아나 왔던 공자의 철학을 새롭게 살려냈다.
저자가 『논어』를 통해 읽어낸 공자의 철학은, 자기 내부의 절대주체나 외부세계의 절대정신을 일절 거부하면서 오직 자아와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만 성립되는 관계와 윤리의 철학이다.
타자의 철학 속에서 모든 존재는 타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공자 철학에서 강조되는 개인 차원의 수양의 문제도, 홀로 있을 때 삼가야 한다는 ‘신독’의 문제도 종국에는 타자와의 관계 문제로 수렴하게 된다.
아직 내가 도달하지 못한 미래의 나는 곧 자아와 동일시될 수 없는 타자로서의 나이며, ‘홀로’라는 개념 자체도 이미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자 철학의 핵심인 ‘인’이라는 글자 자체가 사람[人]이 중첩[二]된 형상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당연히 관계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동안 공자의 철학은 동양 사회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해석되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자는 하나의 텍스트가 되어 동양의 문화로 축적되어 왔다.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는 전통으로서의 공자는 더 이상 원형 그대로의 공자가 아니다. 역사 속의 공자와, 공자를 읽어낸 해석가들의 흔적이 모두 공자라는 전통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또 하나의 흔적 남기기를 시도한다. 레비나스가 드러낸 ‘타자의 윤리’를 통해 공자를 다시 읽어내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공자를 다시 읽어내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자의 존재감에 압도되고 또 유학 전통의 권위에 압도되어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져 왔다.
그래서 이 책에서의 시도는 조금은 색다른 맛이 있다. 물론 이 책 또한 전통이라는 것의 권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공자에 대한 서양의 현대철학적 해석이라는 방법론은 생경하고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문서원 02-925-5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