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사람들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 큰 사업이고, 날마다 새롭게 하는 것이 덕을 높이고 채워서 성대하게 하는 것이다.(계사상전 5장)
대산 김석진 선생님은 나의 오랜 스승이시다. 1988년부터 주역을 배웠으니 올해로 30년이 된다. 주역은 우주의 변화에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해마다 국가의 운세를 뽑아보시는 것이 오래된 연례행사가 되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간단할수록 좋은 것이라고 하시며,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새해의 운세를 예측하셨다.
“기해년의 간지로 새해의 운세를 얻었는데, 수뢰둔괘 상효가 동하는 거야. 너무 어렵고 힘든 운세지. 점괘대로 본다면, 기해년을 사는 국민들이 너무 힘들어서 피눈물을 흘리게 될 거야. 그런 좋지 않은 이야기를 정초부터 말할 수도 없고. 그래서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의 변통을 직접 해보려고 해. 치둔입정(治屯立鼎)! 즉 둔괘의 모든 효를 바꿔서 정괘(鼎卦)를 만드는 거지.” 바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피눈물 나게 고통스런 운세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운세로 바뀌는 것인데….
치둔입정! 말은 쉽지만 이게 간단하지가 않다. 양효는 음효로 바꾸고 음효는 양효로 바꾸는데, 한 효도 남기지 말고 다 바꿔야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인생의 가치관과 목표, 살아온 방법 습관, 환경, 말하고 행동하는 하나하나, 식생활, 몸의 체형 등등 그야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라” 하는 것인데, 그것도 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 모두 변해서 바뀌어야 한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 아니 바꿀 수도 없다. 나만 피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 온 국민이 모두 피눈물을 흘리는 고통 속에 살아간다는데 어찌 바꾸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선생님께 여쭤 보았다. 바꿔야 된다는 현실은 너무도 공감이 되는데, 이게 가능하겠습니까?
“나부터 실천을 해야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도 있잖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는 거야. 길이 멀다고 처음부터 포기하면 안 되지” 하셨다. 그토록 대견해 하시던 강의록(대산주역강의)을 하나하나 교정보며 수정판을 준비하시고, 집으로 찾아오는 정성이 좋다고 칭찬하시던 늦제자 모임의 강의를 종강하시고, 홍역학회를 재창립하신다며 제자들을 부르시더니, 급기야 “일을 하려면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하시며 평생을 사시던 대전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오셨다. 90이 넘은 노인으로서 바꿀 일은 다 바꾼 것이다.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왔다. 건강이 허락해 주실까 하고 걱정했는데 오히려 더 건강해지셨고, 제자들이 여기저기서 적극적인 호응을 하며 교정 작업은 물론이고 학회 창립 일을 도우러 왔고, 언론에서도 주역선생이 서울로 이사왔다고 앞 다투어 대서특필을 하며 불을 지펴준 것이다. 이거야 말로 경(敬)과 의(義)를 실천함에 덕이 외롭지 않게 된 것이고, 일신성덕(日新盛德)을 실천해서 하늘로부터 도움이 있게 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역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 큰 사업이고, 날마다 새롭게 변하는 것이 나의 덕을 완성하는 것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