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리학은 주자학에서 발원하였으나 그 흐름 속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면모가 있다. 바로 심성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이다. 사단과 칠정, 인성과 물성 등 조선 성리학자들은 인간의 심성에 관한 문제에 유독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 중에서도 사단칠정에 관한 문제는 조선 중후기를 관통하는 성리학적 난제였다. 사단칠정에 관한 다양한 논의만으로 조선 성리학의 흐름을 재구성하는 작업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사단칠정론은 기본적으로 인간감정론이며, 이것이 맹자이 성선설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에 좁혀 도덕감정론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주자학의 성즉리(性卽理) 명제와 묶이면서 형이상학적 도덕감정론으로 발전하였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학맥과 학파를 따라 수백 년 동안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의를 이어갔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학문을 심화시킬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왜 이 문제에 이토록 매달렸던가에 대해서도 이해와 함께 비판의 마음으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으며, 현대 철학이나 현실에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던질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들은 사단칠정논쟁을 중심에 두고 조선유학사 전체를 개관하고자 하였다. 사단칠정론은 조선유학의 핵심적 주제이며, 사단칠정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조선유학의 학파를 나누게 되었고, 각각의 학파를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퇴계 이황의 ‘사단칠정왕복사’와 고봉 기대승의 『고봉집』 속 사단칠정 관련 글들 가운데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수 있는 주제들을 뽑아 각각 집필할 주제를 분담하였고, 몇 차례의 토론과 수정을 거쳐 집필된 내용을 개별적으로 여러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비록 이 책에 실린 글 대부분은 여러 학술지에 실렸던 글들로 다소 중복된 내용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 기획을 거쳐 분담해 완성되었으므로 단순한 논문모음집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2편의 글을 실었다.
1부에서는 퇴계와 고봉 사이의 사단칠정논쟁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학술적 교류와 도덕적 탐색이라는 관점에서 양자 간의 논쟁을 전체적으로 정리하였고, 이어 양자 간 주고받은 편지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하나하나 배열하고 핵심적 주장과 논쟁점들을 꼼꼼히 정리하였으며, 양자 간의 논쟁이 주자의 학설에 대한 정확한 해석 여부의 문제를 놓고 전개되었기 때문에 주자설의 관점에서 양자의 설을 한 번 검토해 보았다.
2부에서는 퇴계와 그의 후예들의 사단칠정론에 대해 분석한다. 퇴계의 사단칠정론을 그의 성리설 전체와 연결시켜 정리하고, 퇴계학파의 전개과정에서 사단칠정론은 몇 단계의 변화 과정을 거친다는 관점을 전개하였으며, 권상일을 중심으로 전기 퇴계학파의 사단칠정론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근기 퇴계학파를 대표하는 이익의 사단칠정론을 분석한 뒤 이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로 그의 후예들 간 학파적 분기가 일어나는 장면을 정리하였다.
3부에서는 고봉과 그의 입장을 계승한 기호율곡학파의 사단칠정론을 분석한다. 고봉의 사단칠정론을 그의 성리설 전체와 연결시키고, 기호학파의 기본 입장인 기발리승일도설의 변모 양상을 3단계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이어 기정진의 사단칠정론을 중심으로 후기 기호학파를 정리하였다.
4부에서는 조선 말 주자학을 대표하는 이항로, 기정진, 이진상 세 사람이 비록 학파를 달리 하지만 사단칠정론에 대한 그들의 결론이 결국 심즉리로 귀결되었음을 밝혔으며, 조선시대 사단칠정논쟁을 덕윤리의 전개라는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정리했다.
예문서원 02-925-5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