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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으로 보는 세상 73흑심은 흑심을 부른다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삼은 여자를 취하지 말지니, 돈 많은 사내를 보고 몸을 간수하지 못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 상에 말하길 ‘여자를 취하지 말라’ 함은 행실이 순하지 않음이라. [蒙卦 六三] 『삼국지』를 보면 위·촉·오의 삼국에서 많은 영웅이 등장하여 가슴 졸이게 하는 드라마를 연출한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던 삼국의 통일전쟁은 엉뚱하게 사마씨의 진나라

편집부 2015. 5. 28.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삼은 여자를 취하지 말지니, 돈 많은 사내를 보고 몸을 간수하지 못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 상에 말하길 ‘여자를 취하지 말라’ 함은 행실이 순하지 않음이라. [蒙卦 六三]

 

『삼국지』를 보면 위·촉·오의 삼국에서 많은 영웅이 등장하여 가슴 졸이게 하는 드라마를 연출한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던 삼국의 통일전쟁은 엉뚱하게 사마씨의 진나라로 결말이 난다. 삼국 중 가장 강대했던 위나라가 통일을 앞둔 시점에서 엉뚱하게 왕위찬탈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강에서 아무리 고기를 잘 잡아도, 그릇 속에서 잘 잡는 것만 못하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전해지나 보다. 그 왕위찬탈을 주도해서 사마씨에게 삼국통일의 영광과 왕업을 바친 주역 중의 한 사람이 가충(賈充)이다.

 

가충의 아버지 가규(賈逵)는 위나라에서 예주자사를 역임했는데, 말년에 어렵게 아들을 낳고는 “가문을 융성하게 하는 경사[充閭之慶]”가 있을 것이라고 하며 ‘충(充)’이란 이름을 짓고, 내친 김에 자(字)도 공려(公閭)라고 하였다. 그는 아버지의 작위를 물려받아 고속으로 출세했지만, 엉뚱하게도 은혜를 입은 위나라를 배신하고 진나라의 창업공신이 된다. 황제[고귀향공]가 사마소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서 숙위병과 함께 칼을 빼들고 토벌하려 할 때도 앞장서서 막으며 “황제를 죽여라”고 명령함으로써 창에 찔려 죽게 하였다. 또 관구검·제갈탄 등 사마씨의 전횡에 대항하는 반란을 평정한 공으로 군권을 장악하고, 꼭두각시 황제를 협박해서 사마염이 황제의 자리를 선양받을 수 있도록 꾸몄다.

 

당시의 실권자 사마소가 후계자를 세우지 못해 고민할 때, 사마염[무제]을 천거해서 후계자로 삼게 하고, 그의 두 딸을 태자와 제왕의 비로 들여서 사마염과 굳건한 인척관계를 맺었다. 사마염이 태자가 못났다고 바꾸려 하자, 태자의 능력을 시험해 본 뒤에 결정하자고 하면서 답을 미리 가르쳐주고 시험을 봄으로써 무난히 황제가 되도록 하였다. 이 일은 그가 위나라를 배신하고 사마씨에게 충성을 다한 흑심의 본뜻이 드러나는 사건으로, 무능한 황제와 욕심 많은 황후 커플을 만듦으로써, ‘팔왕의 난’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어 진나라를 장강 이남의 작은 나라로 만들게 된다.

 

그런 그가 오나라를 토벌할 때 총사령관을 맡아서 오왕 손호를 포로로 잡았다. 진나라 황제가 손호를 귀명후(歸命侯)로 봉하고 불러들여서는 “짐이 이 자리를 만들어서 경을 기다린지 오래 되었도다”고 하니, 손호도 지지않고 “신도 남방에 이런 자리를 만들어 놓고 폐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였다. 옆에 있던 가충이 “그대가 남방에 있을 적에 사람의 눈을 파고 얼굴가죽을 벗겼다고 하니, 무슨 죄에 해당하는 형벌입니까?” 하니, 손호가 “사람의 얼굴이 지나치게 두터운 사람에게 주는 형벌이오. 신하가 되어서 그 임금을 죽이거나, 간사하고 아첨을 떨며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이런 형벌을 준다오”라고 하였다. 가충이 임금으로 모시던 고귀향공을 시해하고, 사마씨에 아첨하며 벼슬한 것을 비꼰 것이다. 그래서 역(易)에서는 ‘돈 많은 사내를 보고 몸을 간수하지 못하는 여자를 아내로 삼지 말라’고 가르쳐서, 흑심 때문에 배신한 인간은 그 흑심으로 주변을 다 망친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