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삼은 애꾸가 잘 본다고 하며 절름발이가 잘 걷는다고 한다. 호랑이 꼬리를 밟아서 사람을 무니 흉하고, 군인이 임금이 되도다. 상에 말하기를 ‘애꾸가 잘 본다고 함’은 밝지 못함이고, ‘절름발이가 잘 걷는다 함’은 더불어 갈 수 없음이며, ‘사람을 물어서 흉함’은 지위가 마땅치 않음이고, ‘군인이 임금이 된다’는 것은 뜻이 강하기 때문이다. [履卦 六三]
한나라가 멸망하면서 위·촉·오의 세 나라가 각기 그 패권을 다투었다. 열에 여덟의 땅을 차지한 강대국 위나라가 촉나라를 치러 가자, 오나라의 장제가 한탄을 하면서 “조조가 크게 공을 세웠지만, 백성들이 그를 무서워할 뿐 회유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자손들은 형벌을 더 가혹하게 하고 부역도 무겁게 시켜서 인심을 잃었다. 그런데 사마씨가 번잡한 법을 없애고 공평하게 혜택을 베풀며 백성들을 고통에서 구해줌으로써 인심을 얻었고, 어진 사람을 임용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등용해서 나라를 부강하게 했으니, 조씨 왕조를 무너뜨리고 사마씨가 왕이 되기를 원하게 되었다. 사마씨의 체제가 공고해진 것이다. 또 촉나라는 환관이 마음대로 정치를 해서 위태해졌으니 공격하면 바로 무너질 것이다. 슬픈 일이다! 저 위나라가 뜻을 얻음이 우리 오나라에겐 근심거리가 되는구나!”하였다. 장제는 위나라와 촉나라의 전쟁에서 오나라의 멸망을 보았다. 촉나라가 망하면 그 다음은 오나라 차례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또 사마소의 참모 유식을 찾아가서 “종회와 등애가 촉나라를 평정할 수 있겠습니까?”고 하자, 유식이 말했다. “반드시 촉나라를 멸망시킬 것이다. 그렇지만 둘 다 살아서 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 까닭을 물으니, 웃고 답하지 않았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위나라는 능력있는 사람을 덕있는 사람 보다 높이 쳤기 때문에, 아랫사람은 호시탐탐 윗사람의 자리를 노리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치고 올라올 것을 걱정하게 되었다. 그 필연적인 결과로 조조의 후손 역시 사마씨들에게 휘둘려서 물고 물리는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사마씨가 정벌전쟁을 하는 목적도 위나라를 부강하게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 편을 만들고 그 힘을 키우는 데 있었다. 그런데 촉나라는 너무 멀리 떨어진 오지에 있었고, 더구나 그 백성들은 위나라와 합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므로 정벌한 뒤에 지키는 병사를 두어야 했고, 조정에서 멀리 떨어진 원정군이 서로의 공을 다투며 싸울 것이 뻔하므로 정벌군의 장군들이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결국 촉나라를 쳐서 합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종회는 촉땅 절벌의 1등 공신 등애를 견제하며 귀국하기를 꺼렸고, 등애는 오나라를 마저 병합해서 큰 공을 세우고자 서로 다투다가 모두 촉땅의 귀신이 되고 만 것이다.
훈수꾼들은 전쟁을 하기도 전에 저 멀리서 그 결과를 예측했는데, 전쟁에 직접 참여한 장군들은 기발한 꾀와 뛰어난 용맹으로 전쟁에 이기고도, 전체 국면을 보지 못해서 엉뚱한 곳에서 힘쓰다가 헛되이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易에서는 애꾸나 절름발이가 능력이 뛰어난 것처럼 착각을 해서 대국을 못 보고 날뛰면 흉하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