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四字論語> ‘草上之風’ 풀 위의 바람이다

김용재 / 성신여대 한문학과 교수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사에 대해서 묻으며 말하였다. “만약 무도한 자를 죽여서 도가 있는 데로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그대가 정사를 함에 어찌 죽임을 쓰는가? 그대가 선을 하고자 하면 백성도 선해질 것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쓰러진다.”(季

김용재 2019. 10. 14.

 

김용재 / 성신여대 한문학과 교수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사에 대해서 묻으며 말하였다. “만약 무도한 자를 죽여서 도가 있는 데로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그대가 정사를 함에 어찌 죽임을 쓰는가? 그대가 선을 하고자 하면 백성도 선해질 것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쓰러진다.”(季康子問政於孔子曰 如殺無道하여 以就有道인댄 何如하니잇고. 孔子對曰 子爲政에 焉用殺이리오. 子欲善이면 而民善矣리니 君子之德은 風이요 小人之德은 草라. 草上之風이면 必偃하나니라. 「顔淵」19)

 

이 문구는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계강자가 공자에게 “막무가내로 버릇없이 행동하는 놈을 잡아내어 일벌백계(一罰百戒) 차원에서 이 자를 죽인다면, 도(道)가 실현되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솔선수범(率先垂範)하시면,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라고 계강자를 힐책하는 장면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면서 공자는 “군자의 덕은 바람[風]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草]과 같은지라, 풀 위에 바람이 불면 그 풀은 반드시 쓰러질 것입니다”라고 부언(附言)한다. ‘군자’는 ‘위정자’이고, ‘소인’은 ‘백성’을 의미한다. 군자의 덕을 바람에 비유한 것은 그만큼 파급효과가 빠름을 나타낸 것이고, 소인의 덕을 풀에 비유한 것은 그만큼 (바람에 의해 바람이 부는 방향만큼) 수동적으로 변화됨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풀이 반드시 바람의 방향으로 쓰러진다는 ‘언(偃, 쓰러지다)’은 ‘동화(同化)’와 ‘동화(同和)’를 동시에 상징하는 글자이다.

 

예나 지금이나 하나의 조직, 사회, 국가를 움직여 나가는 위정자의 자질과 역동적인 인물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정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간에 하나의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풍모(風貌)’가 끼치는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 된다. 그러나 ‘리더’로서의 자질과 품격 중에 가장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요체는 나 자신에 대한 단상이다. 어쩌면 거울과 같은 존재를 하나씩 가지고 살아가야만 한다.

 

『채근담(菜根譚)』에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이라는 문장이 있다. “남을 대할 때에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에는 가을 서리같이 하라”는 말이다. ‘춘풍(春風)’은 문자 그대로 ‘봄바람’이며, 의태어로 표현하자면 ‘살랑살랑’이라 부르곤 한다. 또 춘풍은 늘 훈훈함과 따뜻함을 상징하는 한자어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그만큼 온화하고 인자하며 너그러운 모습을 지향하라는 의미다. 반면에 ‘추상(秋霜)’은 ‘가을의 된[찬] 서리’를 뜻하는 말로 싸늘함과 냉랭함을 나타내는 한자어이니, 위정자가 자기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고 냉정함을 견지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간과해서 아니 될 부분이 있는데, 바람이 풀을 눕히기도 하고 쓰러뜨리기도 하지만, 환언해서 보자면 바람은 풀에 의해 그 방향과 정도의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는 점이다. 풀이 늘 수동적 자세로 움직이는 것이지만, 다시 한 번 곱씹어 생각해보자. 바람이 불어 풀이 쓰러지면, 쓰러진 풀은 반작용 현상과 같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세면 셀수록, 풀의 반작용 운동은 그만큼 빨라지고 강해진다. 즉 위정자가 보여주는 교화(敎化)의 방향과 정도의 차이에 따라 백성의 리액션을 그만큼 더 강하게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람과 풀은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를 상징하는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때로는 대립과 갈등의 관계이면서 동시에 이를 초월하고 극복해낼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바람이 없으면 풀은 스스로 눕지 못한다는 점이다. 풀이 바람과 대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존관계가 성립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풀이 쓰러진 방향과 정도에 따라 다시 되돌아오려는 풀의 강한 속성은 풀 자체만의 생명력을 지키기 위하여 언제나 몸부림치며 자신을 지켜낼 것이라는 점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훈풍(薰風)이 다양하게 살아 숨 쉬는 여러 종의 풀들을 온전히 지켜내 주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