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四字論語> ‘先之勞之’ 솔선할 것이며 부지런히 해야 한다

김용재 / 성신여대 한문학과 교수 자로가 정사를 묻자,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솔선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더 말씀해 주시기를 청하자, 말씀하셨다.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子路問政한대 子曰 先之勞之니라. 請益한대 曰 無倦이니라. 「子路 」1) ‘소통(疏通)’은 ‘트일 소’와 ‘통할 통’이 모였으니, 사전적 의미로는 ‘막히지 않고 서로 통하다’는 뜻이다

김용재 2019. 11. 12.

김용재 / 성신여대 한문학과 교수

 

자로가 정사를 묻자,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솔선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더 말씀해 주시기를 청하자, 말씀하셨다.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子路問政한대 子曰 先之勞之니라. 請益한대 曰 無倦이니라. 「子路 」1)

‘소통(疏通)’은 ‘트일 소’와 ‘통할 통’이 모였으니, 사전적 의미로는 ‘막히지 않고 서로 통하다’는 뜻이다. 결국 이 ‘소통’의 이면에는 대립하는 양쪽, 또는 반목과 갈등의 집단이 서로 양립하고 있음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 ‘소통’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공자는 자로가 정치가 뭐냐는 질의에 답하시길, “(일이 있거든) 남에게 시키지 말고, 너부터 솔선수범을 보여라! (그리고 한마디 더?) 게으름피우지 마라!”고 하셨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덩치가 크고 힘이 셌던 자로는 아랫사람과 소통하기보다 자신의 힘만 믿고 밀어붙이는 무모한 사람이었으리라 추정된다.

공자가 자로에게 훈수해준 ‘선지노지(先之勞之)와 무권(無倦)’은 요즘 시대의 ‘리더’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자, 또는 리더가 되기 위한 자격요건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선지노지’, 즉 “먼저 나서서 수고롭게 일하라”고 풀이할 수 있는데, 「자로」편의 이 문구는 아랫사람 위에 군림하는 갑질의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자신보다 낮은 지위의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끌어주는 ‘섬김’의 리더십을 키우라는 말과 흡사하다. 이를 영어로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Leadership)’이라고 한다.

1977년 로버트 그린리프라는 사람이 38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책을 집필하였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기억하고 따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권위’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서번트 리더십의 자세일 뿐이다. 리더가 자신보다 아래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섬기는 정도에 따라, 아랫사람들은 분명히 리더로부터 받았던 것 이상으로 자발적 행위를 보여준다.” 이 말의 핵심은 ‘가진 자’, ‘지배층’, ‘위정자’, ‘자본가’ 등의 ‘권위’는 군주와 같이 ‘군림(君臨)’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랫사람을 ‘섬길 줄 아는 마음’으로부터 잉태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겸손’을 근간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참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갑자기 졸부가 된 사람들에게서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 광경일 것이다. 심지어 대기업조차도 주식을 가진 여러 주주들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선대(先代)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모두 자기 것인 양, 이른바 ‘갑질’해대는 모습을 왕왕 찾아볼 수 있다. 나이가 젊은 재벌 2세, 3세에게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동방순례󰡕라는 문학작품 속에서도 순례자를 돕던 ‘레오’의 헌신적인 모습을 통하여,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고 후원하는 모습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간파해낼 수 있다. 우리의 동양고전 『논어』「옹야」편을 보면 공자는 “어려운 일은 남보다 먼저 하고, 이로움은 나중에 취하는데, 이러한 사람이 곧 인자(仁者)이다”라고 단언하신다. 또 『중용』에는 ‘구경(九經)’이 언급되고 있는데, 그 중 네 번째 덕목이 ‘경대신(敬大臣)’이고, 다섯 번째 덕목이 ‘체군신(體群臣)’이다. ‘경대신’은 ‘대신들을 공경하라’는 의미이고, ‘체군신’은 ‘여러 신하들을 자신[王]의 몸처럼 보살피라’는 뜻이다. 이 ‘구경’은 공자께서 천하를 다스리는 데에 있어 긴요한 아홉 가지의 법도[방법론]를 일컫는 어휘인데, 이천오백여년 전에 공자는 이미 ‘섬김’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주창한 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