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삼은 지나치게 막지 않으면, 혹 따라와 해치므로 흉할 것이다. 상에 말하기를 ‘따라와 혹 해침’이니 흉함이 어떠하리오! [小過卦 九三]
자연 생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때였다. 10cm 밖에 안 되는 아프리카 도마뱀이 갑자기 PD의 손목에 올라가더니, 팔을 타고 올라가 머리 위에 머물렀다. 그냥 지켜보기만 하던 PD가 가만히 손을 뻗어 도마뱀을 떼려고 했는데, 깜짝 놀란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더니 죽어라 하고 도망을 갔다. PD는 어이도 없고 미안하기도 해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잘린 꼬리는 몸통을 보호해야 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듯이 계속 꿈틀거리며 시선을 끌었다. 물론 꼬리를 희생한 몸통은 정신없이 도망쳐서 숲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도마뱀이 다시 꼬리를 정상화하려면 대략 두 달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환경이 좋고 영양상태가 좋을 때, 그리고 우선순위를 재생에 둘 때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마뱀은 자신이 얼마나 날래고 용감했으며 기지가 뛰어났는지를 자신의 동료들에게 자랑할 것이고, 그것은 도마뱀사회의 전설로 남을지도 모른다. 사실을 따지자면 도마뱀이 혼자 착각해서 북 치고 장구 친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그 비슷한 일이 있었나보다. 명재상 맹사성은 다음과 같은 사설시조를 남겼다. “두꺼비가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뛰어 올라가 앉아/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흰 송골매가 떠 있네/ 가슴이 섬뜩하여 펄쩍 뛰어 내닫다가 두엄 아래 자빠졌네/ 마침 날랜 나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다쳐서 멍들 뻔 하였구나.” 맛있는 먹잇감을 잡은 두꺼비가 여유 있고 호기롭게 뻐기다가 송골매를 보고는 제풀에 놀란 것이다. 사실 두꺼비는 독이 있어서 송골매가 좋아하는 먹잇감은 아니다. 그래도 두꺼비 입장에서 보면 송골매는 두려워할 만한 대상이다. 별 생각이 없는 송골매에 놀란 두꺼비가 냅다 숨다가 두엄에 코 박은 것이다.
얼마 전에 얼굴에 구안와사가 왔다. 일주일 전부터 조짐이 왔던 것을 ‘조금만 더, 이 일도 끝내고, 저 일도 끝내고….’하면서 휴식을 미루다가 기어이 낭패를 본 것이다. 구안와사는 참 추한 병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대개는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 불량성 체력고갈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잘 먹어야 하는데 입이 삐뚤어지고 입술에 힘이 빠져 있어서 씹기도 힘들고 잘 흘린다. 또 눈을 잘 감지 못하기 때문에 세수를 하려 하면 눈에 물이 들어가서 아프다. 근 한 달을 감기지 않는 눈과 비뚤어진 입을 가지고, 먹기도 해야 하고, 걱정하는 분에게 해명도 좀 해야 하고…, 침도 맞고, 근육을 풀며 운동도 하고, 약도 먹는 등, 갖은 고생을 다 한 뒤에 이제 좀 사람 같아졌다. 그리곤 도마뱀처럼 아니 두꺼비처럼 ‘그래도 경험 많고 아는 사람 많은 나이길래 일찍 나았지.’하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도마뱀과 두꺼비는 지나쳐서 어리석고, 이 몸은 모자라서 생고생을 하였다. 건강의 적신호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애써 모른 척 하였다. 건강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그러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 것이다. 그래서 易에서는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막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