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삼은 더해줌을 흉한 일에 쓰는 것은 허물이 없지만, 믿음이 있고 중도로 행해야 공(윗사람)에게 고하는데 도장을 쓰듯 하리라. 상에 말하기를 ‘더해줌을 흉한 일에 쓰는 것’은 전적으로 신임해서 맡았기 때문이다. [益卦 六三]
'선조치 후보고'! 참 오랜 만에 들어본 말이다. 30여 년 전 군복무를 할 때 이 말은 너무나 절실하였다. 38이북의 전방, 특히 필자가 복무하던 부대 근처에서 마주친 사람은 아군 아니면 적군이었다. 민간인이라면 차를 타고 나서야 한둘 볼 수 있고, 본다 해도 만나서 대화하는 것도 어색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초소 근처에 나타난 사람이라면 먼저 쏘고 나중에 보고해야 맞다. “손들어! 암호! 누구냐!” 하는 수하의 원칙을 주고받다가는 죽기 십상인 것이다. 그저 먼저 총으로 쏴서 제압한 뒤에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나 자신이 사는 길이고, 부대를 지키는 일이며, 국가를 지키는 일인 것이다. 그것이 당시의 '선조치 후보고'의 의미였다.
그런데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박근혜대통령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선조치 후보고' 하기를 바랍니다. 평소에도 여러 차례 얘기했듯이 대통령은 군의 판단을 신뢰합니다.”라고 말하였다. '선조치 후보고'는 누가 말했냐에 따라 그 내용과 무게감이 달라진다. 대통령의 이 말은 전쟁이 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려하지 말고, 우선 발포해서 적을 제압하라는 것이다. 앞서 경계초병의 '선조치 후보고'는 잘하면 간첩 잡았다고 포상받고, 잘못되면 개인적인 처벌을 받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의 '선조치 후보고' 명령은 곧바로 남과 북의 전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더구나 군 최고통수권자가 군복을 갖춰 입고 내린 명령이다. 여기에 ‘내가 발포하면 전쟁이 날까 안 날까?’ 하는 고려는 끼어들 여지가 없다.
포사격 대응에 이은 대북확성기 방송도 연이은 초강수였다. 현재 남북의 대치 상황으로 볼 때 충분히 전쟁의 빌미가 될만한 조치였다. 포사격은 그만두고 대북확성기 방송만 해도 전임 대통령은 설치만 하고 차마 쓰지 못한 초강수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선조치 후보고'라는 직접적인 명령을 통해서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회담을 압박한 것이다. 그것도 대국민 담화라는 공개적인 방법을 써서! 대통령 자신의 강한 의지를 담아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한 것이다. 이쯤에서 1962년 쿠바사태가 생각난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전세계적인 핵전쟁을 두고 미국의 케네디대통령과 소련의 후루시초프위원장이 벌인 기싸움! 그때 사람들은 나이 많은 후루시초프가 생각을 많이 해서 물러난 것이라고 했다. 물러나지 않았다면 1억 명 이상 희생되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지금은 오히려 나이 많은 박근혜대통령이 초강경수를 연거푸 썼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원만한 협상타결이다. 이러한 명령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사심없이 국민을 위해서 소신을 펼쳤기 때문이다. 오직 비상사태를 맞아서 정확한 판단을 전제로 죽음을 각오하고 분발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易에서는 ‘비상사태를 맞이해서 선조치 후보고 할 때는 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혼신을 다 바쳐야 성공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