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구는 큰 과실은 먹지 않으니, 군자는 수레로 모셔지고 소인은 집을 깎아 망치리라. 상에 말하기를 ‘군자는 수레로 모셔진다’는 것은 백성이 존경해서 모시는 것이고, ‘소인은 집을 깎아 망친다’는 것은 마침내 쓰지 못함이라. (박괘 상구)
대산 선생님께 “점을 언제 배웠습니까?” 하고 여쭈었더니, “19세 때 대둔산에서 야산 선생님께 공부를 시작한 지 며칠 지나서였지. 선배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어 궁금해 하니, 점치는 것이라고 하는 거야. 부럽기도 하고 호기심도 나서 괘 뽑는 방법을 약식으로 배우고 있었는데, 선생님(야산)께서 우연히 그걸 보시고는 ‘그게 점치는 법인데 이리 와서 너도 한번 지어보아라.’ 하시기에 일면 놀랍고도 두려운 마음으로 선생님 앞에 앉아 마음을 모아서 정성스럽게 괘를 지어보니 산지박괘(䷖)였어.”
“선생님께서 괘를 보시고 ‘석과후하(碩果厚下)하니 불원기복(不遠其復)이라. : 큰 과실이 아래가 두터우니 머지않아 회복한다.’ 하시더니, ‘너도 한번 글을 지어보겠느냐?’ 하셨지. 조부(청하선생)께 배운 실력으로 ‘금재지중(金在地中)하니 준토출세(浚土出世)라. 초수미물(初雖微物)이나 박혁대성(剝革大成)이라. : 금이 땅 속에 있으니 흙을 파서 세상에 내놓도다. 처음은 비록 작은 물건이나 깎고 고치어 큰 것을 이룬다.’ 하며 답변을 하였더니, 선생님께서는 ‘글을 할 줄 아는구나!’ 하시며 좋아하셨어.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평생의 운세괘를 지어본 것이지.”
산지박괘는 음력으로 9월괘이다. 양이 다 깎이고 제일 위에 한 효만 남았다. 10월이 되어 그 한 효마저 깎이면 중지곤괘(䷁)가 되어 양기운이 다 없어진다. 그 다음에야 땅 속에 숨었던 산지박괘의 양효 하나가 땅 속에서 자라나온다. 11월괘인 지뢰복괘(䷗)가 되는 것이다. 지뢰복괘가 회복을 뜻한다고 하지만 땅속에 씨앗이 발아하려고 하는 상태라, 밖으로 싹이 터서 나오려면 두 달이나 더 있어야 된다.
처음 들어온 신입생이 평생운을 점쳤는데, 참 어렵고 힘든 괘를 뽑은 것이다. 그래서 야산 큰선생님께서 “그래도 열매가 떨어져 자랄 땅이 많고 윤택하니,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발아할 것이다” 라고 위로하신 것이다.
그랬더니 그 제자(대산)가 “겨울을 지나 봄이 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립니까? 당장에 발복하겠습니다. 땅 속에 있다면 캐내면 될 것이고, 작아서 못 쓴다면 쓸 수 있도록 키우고 고치면 됩니다” 하고 해석한 것이고, 스승이 젊은 제자의 당찬 기세를 보고 ‘글을 할 줄 아는구나!’ 하시며 좋아하신 것이다.
선생님(대산)의 일생을 보면 산지박괘의 박박 깎이는 과정을 살으셨으면서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주역을 다시 부흥시켰고, 산지박괘 상구효에서 말한 “군자득여(君子得輿)”의 존경을 받은 것을 보면, 점괘는 해석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역에서는 ‘점친 사람이 군자면 존경을 받고, 소인이면 쪽박차게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