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195소강절의 정해진 수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천지가 고침에 사시가 이루어지며, 탕왕과 무왕이 혁명해서 하늘에 순하고 백성에게 응하니, 혁의 때가 크도다!(혁괘 단전) 소강절 선생의 호는 요부이고, 이름은 옹이며, 강절은 시호이다. 벼슬하지 않고 은둔해 살면서, 겨울에도 화로불을 쬐지 않고 여름에는 부채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역 책을 뜯어서 벽에 붙여놓고 역리의 오묘함에 빠

윤상철 2020. 6. 28.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천지가 고침에 사시가 이루어지며, 탕왕과 무왕이 혁명해서 하늘에 순하고 백성에게 응하니, 혁의 때가 크도다!(혁괘 단전)

 

소강절 선생의 호는 요부이고, 이름은 옹이며, 강절은 시호이다. 벼슬하지 않고 은둔해 살면서, 겨울에도 화로불을 쬐지 않고 여름에는 부채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역 책을 뜯어서 벽에 붙여놓고 역리의 오묘함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살았다 한다.

 

선생이 어렸을 때 이야기다. 조용한 동네에 시끌벅쩍한 소리가 나서 나가 보았더니 옹기장사가 옹기를 팔러왔다. 겨울에도 화로불을 쬐지 않는 선생이 질화로를 하나 사들였다. 그리고는 질화로를 사들인 시간으로 화로의 운명을 점쳐보니, ㅇ날 ㅇ시에 깨질 운명이었다.

 

선생은 점이 맞는가, 혹은 사람이 조심해서 점친 결과를 벗어날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점쳐서 나온 깨질 날이 되었을 때, 질화로를 사랑방으로 들고 갔다. 아무것도 없이 사랑방을 깨끗이 치우고 화로를 방 한가운데 놓았다. 그리고는 방문을 닫고 질화로가 혼자 깨지나 아니면 점친 결과를 벗어나나 하고 살펴보았다.

 

혼자 사랑방에 앉아서 화로를 들여다보느라고 아침 때를 건너뛰었다. 선생의 모친이 함께 밥을 먹으려고 “옹아! 밥먹어라!”하고 여러 번 불렀으나, 화로를 관찰하기에 여념이 없는 선생의 귀에 들릴 리 없었다. 대답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모친이 사랑방으로 왔다. 가만히 가서 사랑방 문구멍으로 들여다보니, 선생이 화로만 들여다보고 앉아 있었다. ‘또 저런 괴이한 짓을 하는구나. 밥도 안 먹고 무슨 해괴한 짓인가?’하고는, 방망이 하나를 가지고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갔다.

 

“너는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까짓 화로만 쳐다보고 있냐? 질화로가 뭐 볼 것이 있다고! 이렇게 사람을 홀리는 화로는 이렇게 부수리라” 하면서 방망이로 화로를 냅다 치니 화로가 박살이 났다.

 

그러자 선생이 박장대소를 하며 일어나서는, 앉아서 화로만 바라보던 이유를 말씀드리고, “세상 만물에 정해진 수가 있음을 알겠다”고 하였다. 그 모친은 무슨 큰 진리나 깨친 것같이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에게 “정해진 수가 무슨 수냐? 네가 점을 쳐보지 않았다면 그 화로가 깨지는 시간을 몰랐을 것이고, 깨어지는 시간을 몰랐다면 지키고 앉아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지키고 앉아있지 않았다면 내가 여기까지 와서 깨뜨리지 않았을 것이니, 이 모두가 네가 점쳐본 까닭이지 화로가 무슨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는 말이냐?”고 하였다.

 

“어머님 말씀도 맞습니다마는, 천지만물이 그냥 생기는 것도 있고 또 인간이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또 저절로 없어지는 것도 있고 사람이 파괴해서 없어지는 것도 있지요. 자연히 생기는 것이야 인간이 그 수명을 감당할 수 없지만,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고 부수는 것에는 사람이 알 수 있는 수가 있는 겁니다. 이 화로는 내가 점을 쳐보지 않았더라도, 이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깨질 운명이니, 내가 점친 까닭이라고만 말할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역에서는 “천지가 정해진 수에 따라 고치고 바뀌면 사계절이 바르게 이루어지며, 백성이 정해진 수에 따라 고치고 바뀌면 혁명이 이루어지니, 바꾸고 고치는 때가 정해져 있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