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四字論語> ‘人無遠慮’ 사람이 멀리 생각하는 것이 없다

진성수 / 전북대 철학과 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는 것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子曰 人無遠慮면 必有近憂니라.「衛靈公」11) 사람이 큰 병에 걸리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前兆) 증세가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어떤 부위에 갑자기 통증이 생긴다거나 아무렇지도 않았던 사람이 잔병치레를 한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지진이나 해일과

진성수 2020. 6. 28.

 

진성수 / 전북대 철학과 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는 것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子曰 人無遠慮면 必有近憂니라.「衛靈公」11)

 

사람이 큰 병에 걸리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前兆) 증세가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어떤 부위에 갑자기 통증이 생긴다거나 아무렇지도 않았던 사람이 잔병치레를 한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가 올 때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개나 고양이가 안절부절 하며 울어 댄다든가 개미와 같은 작은 벌레들이 대이동을 한다거나 한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四川省] 대지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지진 발생 이틀 전에 두꺼비 떼가 도로를 점령하다시피하며 대이동을 했다고 한다. 2011년 3월, 일본 쓰나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일은 갑자기 터지는 법이 없다. 반드시 전조가 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그러므로 작은 조짐을 분석하여 다가올 큰 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예로부터 중시되어 왔던 옛 사람들의 지혜이다.

 

생각해 보면, 1997년 우리나라에 IMF위기가 왔을 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갑작스런 외환위기에 당황한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 때에도 닥쳐올 위기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한 소수의 사람들은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경우가 적지 않다. 왜냐하면, IMF외환위기가 닥치기 전에 이미 당시 국내 언론매체에서 금융권의 부실이 자주 거론되었으며, 여기저기에서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아우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그러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에만 골몰했다. 결국 이러한 안일한 대처는 국가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장기적인 안목과 대비가 부족했던 탓이다.

 

초윤장산(礎潤張傘)이란 말이 있다.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펼치라’는 뜻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주춧돌이 습기로 촉촉하게 젖어 있으면 비가 올 것을 예상하고 우산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연 주춧돌이 젖어 있는 것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볼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여기에 정확한 판단력의 중요성이 있다. 이러한 판단력을 흔히 지혜라고 말한다. 지식경영학에서는 사람의 지혜가 ‘자료(Data)-정보(Information)-지식(knowledge)-지혜(Wisdom)’ 등 4단계를 거쳐 형성된다고 말한다. 이것을 ‘DIKW 피라미드’라고도 말한다. 이처럼 종합적인 판단력은 지혜에서 나오며, 이 지혜는 개인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간혹 자신에게 주어진 객관적인 상황을 명확하게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예컨대 길을 갈 때 흙먼지가 심하게 날리면 방향 감각을 잃게 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이럴 때에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시간을 두고 기다리며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상태에만 얽매이지 말고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자신이 놓인 상황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자는 사람이 어떤 일을 도모할 때에는 반드시 장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향후 예상되는 문제가 있다면 철저히 대비하고, 만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애초부터 시작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렇게 하면 당장 눈앞의 일만 보고 대처하는 것보다 매사에 실패가 적고 후환이 적다는 것이다. 즉 깊고 넓은 생각이 가까운 근심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