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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으로 보는 세상 85원망은 원망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윤상철 (대유학당 대표) 육오는 군자가 오직 풀어주기에 힘쓰면 길하니, 소인도 믿게 됨이 있으리라. 상에 말하기를 ‘군자가 풀어주기에 힘씀’은 소인이 물러가는 것이다.[解卦 六五] 한나라 고조가 미천했을 때 한량이 되어 놀고 먹었다. 매번 사고를 치고 숨어다니다 친구들과 집으로 몰려들어 밥을 먹고 떠나곤 했다. 한번은 친구와 함께 집으로 왔는데, 밥을 먹던

편집부 2015. 11. 12.

 

윤상철 (대유학당 대표)

 


 

육오는 군자가 오직 풀어주기에 힘쓰면 길하니, 소인도 믿게 됨이 있으리라. 상에 말하기를 ‘군자가 풀어주기에 힘씀’은 소인이 물러가는 것이다.[解卦 六五]

 


 

한나라 고조가 미천했을 때 한량이 되어 놀고 먹었다. 매번 사고를 치고 숨어다니다 친구들과 집으로 몰려들어 밥을 먹고 떠나곤 했다. 한번은 친구와 함께 집으로 왔는데, 밥을 먹던 큰형수가 멀리서 고조를 보고는 솥의 표면을 나무주걱으로 벅벅 긁어 소리를 냄으로써 국이 없다는 표시를 하였다. 그리곤 마침 먹을 것이 떨어졌다고 하며 미안해 하였다. 할 수 없이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이야기만 나누다가 친구를 배웅한 고조가, 혹시 하는 마음에 솥을 살펴보니 국이 남아 있었다. 맏형을 일찍 잃은지라 형에게 불만을 말할 수도 없어서 속으로만 꽁하고 있었다.

 

고조가 황제가 된 뒤에 형제들에게 왕자리를 나누어 주었지만, 장조카(유신)만은 큰형수를 미워해서 벼슬을 주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유신이 태상황(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어머니와 고조 사이의 불미스러운 일을 말했고, 태상황이 “형이 죽었으니 장조카를 왕으로 봉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고조를 독촉하자 “제가 장조카의 벼슬주는 것을 잊은 것이 아닙니다. 그 에미가 덕이 모자라 그런 것입니다.”라고 답하고는, 마지 못해서 갱알후(羮頡侯)라는 이름으로 제후에 봉했다. ‘국 갱, 빼앗을 알(갈), 오르락 내리락 할 알’이니, ‘국을 빼앗아서 못먹게 한 제후’ 또는 ‘국을 담은 솥을 주걱으로 오르락 내리락 소리를 내서 국이 없다는 표시를 해서 얻은 제후’라는 뜻이 된다. 형수가 솥을 긁으며 밥을 주지 않은 것을 원망한다는 뜻을 담은 것은 물론이고, 왕이 아닌 제후로 강등해서 봉한 것이다. 

 

제후의 이름을 지을 때, 대개는 현의 이름을 따서 회음후・동해후 등으로 짓는다. 『괄지지(括地志)』에 “갱알산이 규주 회융현에 있다.”라고 했는데, 설사 그 산이름을 땄다 하더라도 형수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배포 크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고조도 놀고먹으면서 형수를 괴롭힌 자신의 잘못은 까맣게 잊고, 다만 밥한끼 못얻어 먹은 것에 10여 년을 꽁하고 있다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형의 아들까지 미워한 것이다. ‘중국을 통일하고 나라를 건설한 큰 덕이 있는 임금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다. 각자 자기가 못 받고 남보다 모자란 것에 대해서 원망을 늘어놓기 마련이다. 농민은 추곡수매를 안 해준 것을 원망하고, 학생은 등록금이나 취직 못한 것에 대해 원망하고, 노동자는 월급 적게 받은 것을 원망한다. 이래서야 주변이 모두 적이요 원수같이 보일 뿐이다. 이렇게 원망이 가득해서 서로 싸울 때에는, 지도자가 먼저 진심으로 어렵고 아픈 문제를 이해하며 풀어준다는 모습을 보이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일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위하고 북돋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역에서는 ‘군자가 진심으로 풀어주는데 힘쓰면, 소인도 마음속으로부터 복종하며 사사로운 이익다툼을 하지 않는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