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86작은 정 큰 자비

윤상철 (대유학당 대표) 육이는 소인에게 매이면 장부를 잃으리라. 상에 말하기를 ‘소인에게 매이면’ 장부를 함께하지 못하리라. 〔隨卦 六二〕 중경(重慶)은 신라시대 성덕왕의 맏아들이다. 24세 때 “세상 모든 사람이 지옥에서 나와 행복해질 때 비로소 부처가 되겠다”는 서원을 하고 태자자리를 동생(효성왕)에게 물려주고 출가했다. 그의 법명은 교각(喬覺)이다.

편집부 2015. 11. 23.

윤상철 (대유학당 대표)

 

육이는 소인에게 매이면 장부를 잃으리라. 상에 말하기를 ‘소인에게 매이면’ 장부를 함께하지 못하리라. 〔隨卦 六二〕

 

중경(重慶)은 신라시대 성덕왕의 맏아들이다. 24세 때 “세상 모든 사람이 지옥에서 나와 행복해질 때 비로소 부처가 되겠다”는 서원을 하고 태자자리를 동생(효성왕)에게 물려주고 출가했다. 그의 법명은 교각(喬覺)이다. ‘높을 교, 깨우칠 각’이니까, ‘크게 깨우쳤다’는 뜻으로 당나라에서 스승에게서 받은 법명이다. 그가 인도에 가서 탁발수행하다가 돌아올 때 사자와의 인연이 전해진다. 돌아오던 길에 사자가 쫄쫄이 굶어서 배가 홀쭉한 채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어디가 아프냐?” 하고 묻자, “며칠 전에 사슴을 잡아먹으려다 눈이 마주쳤는데, 너무나 맑은 눈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어요. 그 후로는 그 눈망울이 떠올라 동물을 잡아먹을 수 없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스님이 바랑에서 주먹밥 한 덩이를 꺼내어 주자, 배고픈 김에 허겁지겁 다 먹고는 “제가 지금 먹은 게 무엇인가요? 참 맛있어요.”하고는 입맛을 다셨다. “곡식을 익혀 만든 밥이란다.” 사자가 “그럼 다른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거네요?”라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사자가 밥을 받아먹다가 뱉으며 “이 밥은 왜 맛이 없지? 아까는 맛있었는데.” 스님이 “덜 배고프기 때문이지. 고기만 먹던 네 입맛에 곡식으로 된 밥이 맞겠냐?” “그럼 저는 동물만 잡아먹어야 하나요? 동물을 잡아 먹기는 싫은데…”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욕심만 버린다면 동물을 잡아먹지 않아도 되지. 슬픈 눈을 보지 않아도 되고.”

스님이 그 말을 남기고 길을 떠나자, 사자도 홀린 듯이 따라 나섰다. 하지만 신라로 가는 배 앞에서 더 이상 같이 갈 수가 없었다. 어찌어찌 맛없는 밥이지만 참고 견딜 수 있었지만, 교각스님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사자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다 못한 스님이 말했다. “이젠 그만 네 갈 길로 가거라. 지금은 밥만 먹고 순한 체 하지만, 네 본능은 너를 말리지 못할 것이다. 네가 어찌 동물을 잡아먹는 맛을 잊을 것이고, 밀림의 왕이 되어 포효하고 사는 즐거움을 잊을 것이냐?” 묵묵히 스님의 말을 듣던 사자는, 스스로 튼튼한 울타리 안에 갖힘으로써 더 이상 위협이 안된다는 모습을 보이고서야 배를 탈 수 있었다.

사자로서의 본능과 기득권(?)을 포기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후로 스님은 사자도 감화시키는 높은 법력으로 지장보살이 되어 많은 중생들을 구제했고, 사자는 ‘나쁜 기운을 미리 알아서 귀신과 못된 자들을 쫓아내는 용감한 사자’가 되어 스님을 도왔다고 한다. 중국사람들은 그 공덕을 높이 사서 스님이 구법제세하던 구화산에 스님의 등신불과 사자의 동상을 세워서 그 덕을 기리고 있다고 한다. 지금 조계사에는 민주노총 한상균위원장이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하며 은신처를 구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그 요구의 가부를 결정하겠지만, 교각스님과 사자의 관계에서 답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정치와 종교를 함께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작은 정에 얽매이면 큰 일을 놓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