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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으로 보는 세상 88거짓은 더 큰 어려움을 부른다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육은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된다. 상에 말하길 ‘서리를 밟아 굳은 얼음’이라는 것은 음이 처음 엉김이니, 그 도를 길들여서 굳고 좋은 얼음이 되게 한다.[坤卦 初六] 묵특은 흉노의 선우(황제)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인물이다. 특히 그는 친아버지를 수백발의 화살로 쏘아서 죽이고 선우로 등극하였으므로 그 잔인함과 과감성, 그리고

편집부 2015. 12. 22.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육은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된다. 상에 말하길 ‘서리를 밟아 굳은 얼음’이라는 것은 음이 처음 엉김이니, 그 도를 길들여서 굳고 좋은 얼음이 되게 한다.[坤卦 初六]

 

묵특은 흉노의 선우(황제)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인물이다. 특히 그는 친아버지를 수백발의 화살로 쏘아서 죽이고 선우로 등극하였으므로 그 잔인함과 과감성, 그리고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북쪽의 여러 부족을 무력으로 통일한 힘으로, 한나라를 수시로 침략하며 공물을 요구했다. 고조가 직접 정예군을 이끌고 싸워보았지만, 오히려 포위되어 7일 동안을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간신히 살아남기도 했다.

유경이 고조에게 “천하를 통일하느라 병사들이 지쳤으니, 무력으로 굴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또 묵특이 친아버지를 죽이고 선우가 되었고, 아버지의 첩들을 아내로 삼는 등 힘으로써 위엄을 삼으니, 인의(仁義)로 달랠 수도 없습니다. 적통의 공주를 아내로 삼게 해주면 연지(흉노의 황후)로 삼을 것이고,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태자가 될 것이니, 묵특이 살아 있으면 사위가 선우이고, 죽으면 외손자가 선우가 될 것입니다. 외손자가 감히 할아버지와 더불어 맞겨룬다는 말을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고조가 “내게 공주가 한 명 있지만 3년 전에 시집가서 없는데, 어떻게 묵특에게 시집보낼 수 있겠오?” 하니, 유경이 “폐하께서 다른 여인을 공주라고 속여서 보내셨다가 묵특이 알게 되면, 멀리하고 천대할 것이니 결혼을 시켜도 소용이 없습니다. 마침 공주의 남편이 모반죄로 의심받고 있으니, 빼앗아서 보내면 됩니다.”

고조가 “그렇게 하마.” 하고 허락했지만, 공주의 친어머니이자 고조의 황후인 여후(여치)의 반대에 부딪혔다. “내게는 아들 하나 딸 하나 밖에 없는데, 어떻게 그 짐승같은 흉노에게 보낼 수 있냐?”고 하며 밤낮으로 울고불며 매달린 것이다. 결국 궁녀를 공주라고 속여 후한 예물과 함께 시집을 보냈다. 한나라 내내 공주 또는 공주라고 속이며 흉노의 선우가 등극할 때마다 여인을 바치는(?) 행사를 하게 된 떳떳치 못한 선례가 발생한 것이다.

유경의 말을 조금만 생각하면 엉터리임을 금새 알 수 있다. 묵특은 친아버지를 죽이고 그 첩들을 아내로 삼은 인면수심의 인간이다. 이는 유경의 입으로 말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말을 금새 잊었다는 듯이, ‘사위가 장인을, 외손이 외할아버지를 적대시 하는 법은 고금에 없다’고 설득한다. 인면수심이 장인에게는 예를 지킬 것이라고 한 것이다. 유경은 또 ‘이미 시집간 공주를 이혼시켜서 처녀인양 흉노에게 보내라’고 한다. 앞뒤말이 이렇게 엉터리요 거짓인데도, 고조가 그 말을 들은 것은 워낙 사정이 다급했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임시방편, 그것도 거짓으로 점철된 방편이 오래갈리 없다. 잠시 멈칫하던 흉노가 공물에다 여인까지 덧붙여 바칠 것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여후를 아내로 삼겠다며 침략을 했지만, 처음부터 거짓이 들통난 한나라로서는 ‘사위가 어떻게 장인을, 장모와 결혼하겠다고?’하고 꾸짖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역에서는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이, 초기에 잘 계획하고 실천하면 결과가 좋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