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四字論語> ‘人能弘道’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다

진성수 / 전북대 철학과 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도(道)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子曰 人能弘道요 非道弘人이니라.「衛靈公」28) 공자가 진(陳)나라로 가던 중 광(匡) 땅을 지날 때, 군사들이 공자 일행을 포위하여 해치려 하였다. 그것은 당시 노나라 양호(陽虎)라는 사람이 예전에 광 땅 사람들을 해쳤던 것 때문이었다

진성수 2020. 8. 28.

 

진성수 / 전북대 철학과 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도(道)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子曰 人能弘道요 非道弘人이니라.「衛靈公」28)

 

공자가 진(陳)나라로 가던 중 광(匡) 땅을 지날 때, 군사들이 공자 일행을 포위하여 해치려 하였다. 그것은 당시 노나라 양호(陽虎)라는 사람이 예전에 광 땅 사람들을 해쳤던 것 때문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공자가 노나라 출신이면서 동시에 생김새가 양호와 비슷하여 혼동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뾰족한 수가 없던 제자들은 거의 죽게 될 것이라고 낙심했다. 이 때 공자가 말했다. “문왕(文王)이 이미 돌아가셨으니, 문(文)이 내게 있지 아니한가? 하늘이 장차 이 문을 없애려 하신다면 내가 이 문에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이 문을 없애려 하지 않으신다면, 광 땅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하겠는가?”(「자한」5)

 

문왕은 주(周)나라를 창업한 훌륭한 군주로서 역사적으로 인류문명을 창조한 절대적인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공자 당시 문왕은 이미 수백 년 전에 돌아가신 상태였다. 그러므로 공자는 문왕의 뜻이 자신을 통해 후세에 전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될 운명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문왕의 문명을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하늘이 이 문명을 없애려 하지 않는 한 자신이 단순한 오해 때문에 의미 없이 죽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공자는 5일간을 기다렸다. 5일 후 공자 일행은 다행히 누명을 벗고 풀려났다. 이 일은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도 기록되어 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는 공자가 광 땅에서 위기를 모면하고 풀려났을 때, 제자와 나눈 대화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공자는 안연(顔淵)이 뒤쳐졌다가 오자 “나는 네가 죽은 줄로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연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계신데 제가 어찌 감히 죽겠습니까?”(「선진」22)

 

공자의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논어』를 통해 본 공자는 매우 낙관적인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낙관주의가 공자로 하여금 자신의 이상을 펼치기 위해 평생 천하를 두루 다니게 했던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공자의 낙관주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구절도 있다. 공자는 “인(仁)이 멀리 있는 것이냐? 내가 인을 하고자 하면 곧 인을 할 수 있다.”(「술이」29)라고 말한다. 이 말은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광 땅에서 위기를 모면한 공자 일행은 송(宋) 나라를 지날 때 다시 한 번 큰 환란을 당한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송나라 사마(司馬) 벼슬을 하고 있는 환퇴桓魋)가 공자를 죽이고자 한 것이다. 이때도 역시 공자는 “하늘이 덕을 나에게 주셨으니 환퇴가 나에게 어찌 하겠는가?”(「술이」22)라고 말한다. 실로 강력한 낙관주의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러한 공자의 말은 하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담긴 말로 이해할 수도 있다.

 

공자는 도(道)란 사람을 세우는 것이며, 사람이 도의 실천 주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람은 배움을 통해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고, 끊임없는 수양을 통해 집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화롭게 할 의무가 있다. 공자는 이것이 바로 천지의 조화를 도와 인류문명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사람이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도가 실현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자는 세상에 도를 실천하고 펼치는 책임은 오직 인간에게 있으니, 한갓 도에 맡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람 밖에 도가 없고 도 밖에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사람이 오직 희망이다’라는 뜻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