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오는 마른 고기를 씹어서 황금을 얻으니, 바르고 위태롭게 여기면 허물이 없으리라. 상에 말하기를 ‘바르고 위태롭게 여기면 허물이 없음’은 마땅함을 얻었기 때문이다.(서합괘 육오효)
나를 원수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나의 편을 만들 수 있다. 좋은 명분과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서로의 이익이 맞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내 마음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1억도 넘는 은(상)나라 사람들이 주나라에 굴복하니/ 천명은 고정됨이 없네/ 은나라의 아름답고 민첩한 인재들이/ 우리나라 수도 호경에서 (주나라를 위해) 강신제를 하니 / 은나라 인재들의 강신제를 행함이여!/ 항상 도끼 모양을 수놓은 하의를 입고 은나라 관을 썼네."
『시경』의 「문왕」시에 나오는 대목이다. 주나라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데, 자신이 멸망시킨 은나라의 후손을 축관으로 동원한 것이다. 은나라의 왕족이 무엇이 좋다고 자기 나라를 뺏은 원수의 나라 제사에 축관이 되었을까?
주나라가 은나라를 멸망시키면서, 왕족 중에 미자(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의 이복형)를 제후로 삼았다. 그것도 은나라 유민이 많은 송나라를 다스리는 제후로 삼은 것이다. 제후의 등급은 공, 후, 백, 자, 남의 다섯 등급이 있는데, 그 중 제일 높은 공의 벼슬을 주면서, 은나라를 세운 성탕임금의 제사를 지내게 하며, 아울러 은나라 유민을 다독이게 한 것이다.
"은나라를 멸망시킨 것은 마지막 임금 주왕의 폭정 때문이다. 은나라를 세운 성탕임금은 물론이고, 556년 그 뒤를 이어서 왕조를 이끌어온 임금들은 훌륭하므로 그 제사를 끊을 수 없다. 미자 너에게 나라를 떼어주어 안정된 삶을 누리면서 훌륭한 조상에 대한 제사를 이어지게 하겠으니, 나를 도와서 주나라를 흥성시키자."
은나라를 멸망시킨 명분을 세운 것이다. 주왕이라고 하는 폭군을 응징한 것이지, 정치를 잘한 그 윗대 조상에 대해서 유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 후손에게 공의 작위를 주어 최상의 대우를 하고, 그에 해당하는 땅을 제후국으로 주면서 그 조상을 받들게 하고 유민을 다스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주나라의 시조를 모시는 제사가 해마다 있는데, 그때마다 참가해서 축관이 되라고 한 것이다. 멸망당한 왕조의 후손이 멸망시킨 왕조의 조상제사에 축관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그 조상에 대해서 불만이 없고 오히려 존경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제사를 돕게 함으로써 주나라의 정통성이 확립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전왕조와 현왕조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점령한 민족과 점령당한 민족간에도 대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요임금의 아들 단주를 비롯한 후손들도 순임금 조상의 제사에 참석하였고, 하나라왕조의 후손들도 은나라 제사에 축관으로 참석하였다. 하나라의 후손들은 은나라 때 기나라를 제후국으로 받고, 그 다음 왕조인 주나라 때도 기나라를 그대로 인정 받았다. 그만큼 구왕조와 신왕조가 서로를 인정하며 화합하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었다. 왕조를 뺏고 뺏긴 원수 사이에도 이렇게 화합을 도모하는 노력을 하고, 왕조가 끝날 때까지 해당 제후국을 보존시켜주며 신의를 지켰다. 서로간에 도움이 되고 복이 되는 관계였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4년 혹은 5년 정권을 바꾸면서 서로 극한대로 반목하는 것을 보면 국력낭비도 낭비지만 참 많이 모자라 보인다.
그래서 역에서도 "화합하기 어려운 것도 잘 설득해서 사귀면 그 속에서 얻는 이익이 아주 크다. 바르게 처신하고 항상 조심조심하는 마음으로 살면 허물이 없고, 그것은 정권을 잡은 사람의 몫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