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수 / 전북대 철학과 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성품이 서로 비슷하지만 습관은 서로 멀어지게 된다.”(子曰 性相近也나 習相遠也니라.「陽貨」2)
“왕과 제후, 장군과 재상의 씨가 따로 있나?(王侯將相寧有種乎)”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본래 중국 진(秦)나라 말기에 농민반란을 일으켰던 진승(陳勝)이 했던 말이다. 흔히 출신이나 성장배경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왕후장상이 따로 있나?”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과연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 똑똑한 사람과 멍청한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일까? 맹자(孟子)의 말대로 사람은 선한 존재인가, 아니면 순자(荀子)의 주장대로 악한 존재인가? 인간본성에 관한 다양한 주장은 인류역사에서 오래된 논쟁 중 하나이다. 공자는 인간을 본질적으로는 같은 존재지만, 살아가며 익힌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 타고난 것을 성품(性稟)이라고 말한다면, 생활에서 익힌 것을 습관(習慣)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성품이란, 인간이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받은 착한 본성을 가리킨다. 반면 습관은 늦잠을 자거나 담배 피는 습관, 눈을 깜빡이는 버릇 같이 후천적인 행동의 결과를 가리킨다.
공자는 모든 사람이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었다. 비록 각자 타고난 기질(氣質)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가 동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공자는 이것을 ‘성품이 서로 가깝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착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세상에는 왜 수많은 절도와 폭력, 대립과 갈등, 각종 범죄와 혼란이 가득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공자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후천적인 ‘습관이 서로 멀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간 본성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는 공자의 계승자인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에서 비로소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에서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을 때, 먼저 자기 몸을 움직이는 연습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이것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습관을 고치기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지적한 말이다. 자신의 평소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습관은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되어 굳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습관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 ‘조바심을 내지 말고, 수시로 격려하면서 서서히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습관을 물리학의 관성(慣性)에 비유하기도 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인간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하더라도 생각한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습관을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느냐의 여부이다. 만일 시작하기도 전에 애초부터 포기하거나, 변화에 대해 절망적인 사람이라면 결코 현재의 자신을 개선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공자가 말한 “성품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관은 서로 멀어지게 된다”는 말은 현재의 자기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공자는 제2의 천성도 단지 습관일 뿐, 타고난 성품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본성에 대한 공자의 주장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만 잘못된 습관에 의해 달라질 뿐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선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