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삼은 여자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 돈이 많은 사내를 보고 몸을 간수하지 못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 상에 말하길 ‘여자를 취하지 말라’ 함은 행실이 순하지 않기 때문이다.(몽괘 육삼효)
오나라 왕 부차가 월나라 군사에 패배해서, 도성을 버리고 양산을 거쳐 간수로 도망치니, 월나라 왕 구천이 곧바로 추격해 와서 여러 겹으로 포위했다. 강화를 요청해도 범려와 문종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범려와 문종에게 보내는 편지를 화살에 매달아서 월나라 진영을 향해 쏘았다.
병사가 주워온 편지를 범려와 문종이 함께 읽었다. “토끼를 다 사냥하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먹고, 적국을 쳐서 없애고 나면 그 일을 도모한 신하를 죽인다고 합니다. 두 분 대부의 안녕을 생각할 때, 오나라를 완전히 망하게 하면 안 될 것입니다.”
오나라가 망하면 범려와 문종이라는 뛰어난 신하가 필요치 않게 되고, 오히려 쓸데없이 자기를 억제하고 구속한다고 생각해서 두 사람을 죽일 것이라는 것이다. 글을 다 읽은 문종이 답장을 써서 오나라 진영으로 쏘아 보냈다.
“오나라는 여섯 가지 큰 잘못을 저질렀다. 만고의 충신 오자서를 죽인 것이 첫 번째 잘못이고, 바른말을 한 공손성을 죽인 것이 두 번째 잘못이며, 간신 백비의 망령된 말을 듣고 나라를 망친 것이 세 번째 잘못이고, 제나라와 진晉나라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공격해서 괴롭힌 것이 네 번째 잘못이며, 친하게 지내야 할 이웃인 월나라와 전쟁을 벌인 것이 다섯 번째 잘못이고, 월나라 왕이 너의 부왕을 죽였는데도 복수하지 않고 살려줌으로써 후환을 남긴 것이 여섯 번째 잘못이다.
여섯 가지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죽음을 모면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될 수는 없다. 지난날 하늘이 오나라에게 월나라를 주셨는데도 오나라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하늘이 오나라를 월나라에 주시는 것이다. 만약 월나라가 오나라를 갖지 않으면 하늘의 벌이 극심할 것이다. 어찌 감히 하늘의 뜻을 어기겠는가?”
부차는 자기의 잘못을 통렬하게 지적한 그 답장을 보고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과인이 구천을 죽이지 않은 것은 자만심이다. 선왕의 원수를 보고도 뽐내려는 마음만 있었으니, 하늘의 분노를 살 불효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하늘이 오나라를 버린 까닭이리라.”
이렇게 울면서 반성을 하고도 부차는 제 잘못의 파장이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현실감이 없었다. 강화를 청하러 가는 왕손락에게 “과인은 이전과 같은 나라를 되찾기를 바라지 않는다. 월나라가 오나라를 속국으로라도 인정해 준다면 오나라는 대대로 월나라를 섬길 것이다.”
월나라 왕 구천이 “과인은 지난날 그대가 내게 베푼 인정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그대에게 5백호를 하사할 것이니, 그대 부부는 거기서 일생을 마치도록 하라”는 답에, “어떻게 그리 작은 땅에서 살겠는가? 차라리 자결하겠다”고 하였다. 하늘이 용서 못할 큰 죄를 지었다고 반성할 때는 언제고, 살려만 주면 신하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다. 살려준다고 하니까, 임금으로서의 체면을 유지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 결국 월나라 왕의 거듭된 독촉을 받고서야 자결하였다.
철천지원수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살려주는 김에 인심을 써서 땅과 재물을 듬뿍 달라고 한다. 반성에 대한 진정성도 없고, 현실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도 없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렸는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말과 행동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은 마음이 못된 사람이니,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