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하늘의 시작이 능히 아름다운 이로움으로써 천하를 이롭게 하기 때문에, 이로운 바를 특정지어 말할 수 없으니 크도다!(건괘 문언전 5절)
30년 쯤 전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저승 가는 길에 목사와 강도가 만났다. 이미 죽었으니, 전직 목사이고 전직 강도이다. 둘이 만나 서로 통성명을 한 뒤에 목사가 생각했다. “저 사람은 살아생전 못된 일만 했으니 지옥에 갈 것이다. 그래도 같이 만났으니, 길을 가는 동안이라도 좋은데 가라고 기도해주어야 겠다.” 강도도 생각했다. “저 사람은 살아서 좋은 일만 했으니 천당을 갈 것이다. 부럽다. 나는 못된 일만 했으니 이제 뉘우쳐도 소용없다. 평소에 좀 좋은 일을 하고 살 것을….”
한참을 가다가 두 갈래 길이 나왔다. 한쪽은 편하게 갈 수 있는 평지였고 한쪽은 진흙탕 길이었다. 목사는 “나는 천당에 갈 것인데, 이렇게 두 갈래 길이 나온 것은 아마 하나님의 마지막 시험일 것이다. 내 기꺼이 하나님의 시험을 통과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바지를 걷어붙이고 진흙탕 길로 갔다.
강도는 “나는 어차피 지옥에 갈 것인데, 가는 길이나 편하게 가야겠다” 하고 평지 길로 갔다. 각자 다른 길로 한참을 갔는데, 또 다시 둘이 만났다. “이렇게 또 만나게 되었군요. 반갑습니다.” 강도가 먼저 아는 체를 하며 반가워했다. 목사는 마지못해 인사를 받으면서도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번에는 가시덤불 길과 평지가, 다음에는 자갈밭 길과 평지가, 이런 식으로 몇 번의 갈림길이 있었다. 그때마다 목사는 하나님의 시험을 생각해서 가시덤불 길과 자갈밭 길을 선택했고, 강도는 여전히 편안한 평지 길을 선택했다. 이렇게 헤어졌다 만나기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러다 둘은 완전히 헤어졌는데, 목사는 예상대로 천당에서 아주 행복하게 지내게 되었다. 하나님의 시험을 모두 거친 목사답게 최상급의 대우를 받으며 지냈다. 그러다 “저 언덕 너머는 무엇이 있을까?”하고 궁금했다. 나는 지금 이렇게 평안하지만 다른 사람은 고생을 하고 있을 거야. 고생하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주어야겠다. 그래서 길을 떠나 언덕 너머에 도착했다. 그런데 거기서 전에 만났던 강도가 아주 행복하게 지내면서 “어! 목사님” 하고 반기는 것이었다.
“이게 어쩐 일입니까? 어떻게 여기서 지내게 된 것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글쎄요. 편안한 길을 따라 쭉 왔더니, 이렇게 좋은 세상에 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때부터 목사의 마음은 지옥이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해야겠다는 숭고한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쁜 짓을 많이 하고 편한 길만 추구했던 저 강도가 어떻게 저렇게 평안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분노의 마음이 가득 채워졌다.
신이 사람을 낳고 기르는 부모라면, 좋은 일을 한 사람이나 못된 일을 한 사람이나 다 내 자식이다. “오죽 하면 그런 짓을 했을까?” 하고, 충분히 잘살 환경을 못 만들어준 것을 한탄할 뿐이다. 강도도 환경이 좋아지니 마음이 푸근해지고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았는가!
신은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서 잘 살기를 바랄 것이다. 내가 올바른 일을 더 많이 하고 고생을 더 많이 했으니, 누구보다도 더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불행을 부르는 아집이다. 목사의 마음이 지옥이 된 이유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하늘은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모든 사람을 다 행복하게 하니, 얼마나 위대하고 너그러운 신이신가!’하고 감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