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수 / 전북대 철학과 교수
자하가 말하였다. “군자는 믿음을 얻은 뒤에 그 백성을 수고롭게 해야 하는 것이니,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자기들을 병들게 한다고 할 것이다. 믿음을 얻은 뒤에 충고해야 하니,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자기를 훼방 놓는다고 할 것이다.”(子夏曰 君子信而後에 勞其民이니 未信則以爲厲己也니라 信而後에 諫이니 未信則以爲謗己也니라.「子張」10)
『한비자(韓非子)』에 “옷소매가 길어야 춤이 예뻐 보이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한다(「오두(五蠹)」)”라는 말이 있다. 같은 춤을 추더라도 화려한 장식을 한 긴소매 옷을 입고 추면 더 예쁘게 보인다는 말이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파는 사람이 돈이 많으면 손님을 당당하게 상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물건이 잘 팔린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선물을 받을 때, 포장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보다 겉 포장지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겉모습에 신경을 쓰고 산다는 얘기다.
혹시 직장 내에서 자신이 무시를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한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얼굴과 성격 자체를 단시간 내에 완전히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스타일이나 표정, 말씨 등은 노력만한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자신의 단점을 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고쳐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면 사람들은 그를 새롭게 볼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가 식사를 할 때, 같은 값이면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좋은 곳에서 먹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춘추전국시대에는 공자처럼 자신의 학설이나 주장을 가지고 제후들에게 유세하던 학자들이 많았다. 이들을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부른다. 그들은 자신을 등용할 군주를 찾아 평생 천하를 헤매고 다녔다. 이들은 어렵사리 군주를 만났을 때, 가능한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학설과 정책을 전달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학설이나 주장이 수용되지 않았을 때에는 단순히 등용되지 못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극한 형벌을 받거나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제후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논리를 개발하는 한편, 자신의 유세태도와 설득방법 그 밖에 자신의 스타일에까지도 매우 신중했다.
현대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영업을 하는 사람이 고객을 왕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외모를 전혀 가꾸지 않고, 말투나 자세도 공손하지 않다면 십중팔구 구매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안내하는 직원이 깨끗하고 친절하게 맞이할 때 그 백화점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장이 직원들에게 회사의 장기비전을 발표할 때에도 주변 상황과 분위기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직원들은 사장의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평상시 직원들에게 신뢰가 제대로 구축이 되지 않은 사장이라면 회사비전을 아무리 얘기한들 소용없을 것이다. 오히려 직원들은 사장의 욕심이 지나치다거나 그 말에 큰 부담을 느끼고 급기야 회사를 옮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때에 먼저 상대방과 어느 정도의 신뢰관계가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내용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과 인격도 함께 듣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방에게 충고를 할 생각이라면, 그에게 깊은 신뢰가 있는지를 먼저 잘 따져보아야 한다. 신뢰가 없는 충고는 이미 충고가 아니라 비판과 비난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논어』에 보면, “친구끼리 너무 자주 충고하면 서로 멀어지게 된다.(「里仁」26)”라는 구절이 있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너무 자주 충고하면 멀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충고나 조언은 분명 상대를 위한 것이지만, 너무 횟수가 많으면 서로 멀어지게 되는 법이다. 친구 간에도 역시 언행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