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구는 그 수레바퀴를 당기며 그 꼬리를 적시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상에 말하기를 ‘그 수레바퀴를 당김’은 의리가 허물이 없는 것이다.(기제괘 초구)
춘추시대 말기에 진(晉)나라에는 지씨, 한씨, 위씨, 조씨의 네 가문이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하였다. 이 중에 지씨 가문의 세력이 제일 커서 나머지 세 가문에게 영토를 바치라고 해서 차례로 영토를 늘려가자, 세 가문이 연합해서 지씨 가문을 멸하고 그 영토를 나누어 가졌다.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조양자(조씨 가문의 수장)는 지백(지씨 가문의 수장)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많았다. 지백이 정나라를 침략할 때 조간자의 병력도 동원하게 했는데, 마침 조간자는 병이 나서 둘째 아들이자 태자인 무휼을 보냈다. 그런데 지백이 술에 취하여 무휼에게 억지로 술을 먹인 후 구타하고, 오히려 조간자에게 무휼이 버릇이 없다고 하며 후계자로 삼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던 것이다.
조양자가 지백을 죽인 뒤에 그 두개골에 옻칠을 해서 술잔(혹은 요강)으로 만들며 모욕을 주었다. 지백의 신하 예양(豫讓)이 지백의 원수를 갚고자, 비수를 품고 조양자가 쓰는 화장실 벽에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가 들켰다. 조양자가 “지백이 죽고 그 후사가 없는데도 원수를 갚겠다고 나서니, 참으로 천하에 드문 의로운 선비다. 내가 조심해서 피하면 그만이다”라며 놓아주었다.
예양이 또 몸에 옻을 발라서 문둥이처럼 만들고 뜨거운 숯을 삼켜서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었다. 안사람도 몰라보게 변장을 하고 복수할 기회를 노린 것이다. 그런데 친한 벗이 예양을 알아보고 “차라리 조양자의 신하가 되면 원수를 갚을 기회가 많을텐데, 무엇 때문에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는 건가?”
예양이 “그건 옳지 않은 일이다. 신하가 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한다는 것인데, 겉으로는 충성을 다한다고 약속 하고 속으로는 그를 죽이려 하는 것은 두 마음을 품는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지만, 후세 사람에게 남의 신하가 되어 두 마음을 품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보이기 위함일세”라고 했다.
예양이 다리 밑에서 숨어서 기회를 노렸는데, 조양자의 말이 예양의 살기에 놀라서 껑충껑충 뛰었다. 다리 밑을 수색하여 예양을 붙잡았다.
조양자가 “너는 범씨와 중항씨를 차례로 섬겼고 지백이 그들을 멸했는데도 지백에게 원수를 갚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나에게만 원수를 갚겠다고 이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하자, 예양이 “범씨와 중항씨는 나를 보통사람으로 대접했으므로 나도 그들을 보통으로 예우한 것이고, 지백은 나를 국사로 대접했으므로 나도 국사로서 그에게 보답하는 것입니다. 염치없지만 청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님 몸에 복수를 한다는 것은 글렀고, 그 옷이라도 칼로 쳐서 원수를 갚게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조양자가 허락을 하자, 예양이 그의 옷을 칼로 세 번 내리치고는 “이제야 지하에 잠든 지백에게 보답할 수 있게 되었다!”하고 말하며 그 칼로 자신을 찔러 자살하였다.
예양은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어쩌면 복수할 마음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자기가 모시던 주군은 후사도 없이 죽었고, 또 욕심을 부리다 죽었으므로 여론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뜻있는 선비로서 의리를 지키면서 동시에 후대에 모범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도 “이미 모든 게 잘 다스려져서 안정이 되었을 때는, 무언가를 고치고 바꾸려고 조급해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 옳은 일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