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육은 구원하되 말이 씩씩하니 길하니라. 상에 말하기를 초육의 길함은 순하게 하기 때문이다.〔渙卦 初六〕
오는 22일은 추분이다. 이때부터 잠깐만 보아도 장수하게 된다는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을 볼 수 있다. 남극노인성을 줄여서 노인성이라 하고, 또 오래 살게 하는 별이라 해서 수성(壽星)이라고 도 하는데, 추분에는 아침 7시 50분, 10월 1일에는 7시, 11월 2일에는 5시, 11월 3일에는 새벽 3시…. 이런 식으로 점차 한밤중으로 옮겨가다가, 춘분(3월 20일경) 때는 저녁때 잠깐 보이고 만다. 그러니까 추분부터 춘분까지, 즉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별이다. 남극노인성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도 서귀포 남단에서나 관찰되는 보기 어려운 남쪽별이지만, 나라가 태평할 때 나타나서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는 별이라고 해서 역대 임금이 ‘평생에 한번이라도 보았으면…’하고 기원하는 별이다.
반면에 ‘이리 낭’자를 쓰는 낭성(狼星)은 몰래 침략하는 이민족의 장수, 또는 반역하는 장수를 뜻한다. 서양에서는 큰개자리 중에 제일 밝은 별인 시리우스이다. 이 별이 꿩을 뜻하는 야계성(野鷄星)을 호시탐탐 노리므로, 언제라도 낭성을 향해 발사할 준비를 하는 모습으로, 활을 뜻하는 호성(弧星)과 화살을 뜻하는 시성(矢星)이 바로 옆에 떠있다. 천문에서는 이 별들의 상태를 보고 이민족이 쳐들어오거나, 내란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낭성은 노인성보다 더 자주 보이고 밝아서 노인성과 착각하기도 한다. 고려 의종 때(1170년)의 일이다. 낭성이 남쪽에 나타났는데, 서해도 안찰사 박순가가 노인성이라 하여 급히 아뢰었다. 그래서 임금이 직접 궁궐에서 제사지내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의 노인당(老人堂)에서도 그 출현을 축하하는 제사를 지내게 하는 등 연회를 베풀며 태평성대를 치하했다. 임금이나 신하나 자신들이 엉터리 정치를 했다는 것은 까맣게 잊고, 노인성이 줄 복만 잔뜩 기대하며 잔치를 벌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정중부 등 무신의 난이 일어나 임금은 쫓겨나고 아부하던 신하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
노인성을 지키는 신령은 민화에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수명과 복을 준다하여 한 장씩 그려서 간직했는가 보다. 그 신령은 머리가 유난히 높이 솟아올라서 얼굴과 몸의 크기가 반반인 2등신인데, 불그스레한 얼굴빛에 길게 기른 백발수염이 땅까지 닿는 인심 좋게 생긴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임금님이 정치를 잘하면 인간 세상에 놀러 와서 술을 잔뜩 마시고 올라가는데, 노인성 할아버지를 본 사람은 누구나 오랫동안 무병장수한다고 하여, 춘분과 추분, 특히 추분에는 조정에서 단을 쌓고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9월 22일 아침에는 남쪽 하늘을 보고 꾸뻑 절을 하면서 “남극노인성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그리고 저도 조금만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하고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더위에 지치고 생활에 피곤할 때,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을 기점으로 점차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보는 것이다. 역에서도 ‘어렵고 힘든 때를 구원하려고 하는데, 주변 환경이 좋아짐을 기다려서 천리에 순히 따르려 하면 길하게 된다’고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