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육은 제물을 놓을 때 흰 띠풀을 밑바닥에 까니, 허물이 없다. 상에 말하기를 ‘흰 띠풀을 밑바닥에 까는 것’은, 유(柔)가 아래에 있는 것이다.[大過卦 初六]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음식점에 노인 분들이 색색들이 새 옷을 입고 모임을 갖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띤다. 아마도 어버이날 선물로 들어온 옷들일 것이다. 날씨가 꽤나 더운데도 음식을 다 드시고 모임이 끝날 때까지 겉옷을 벗어놓을 생각들을 하지 않으신다. 그 중에 술이 불콰하게 되신 어르신 한 분이 흰 봉투를 꺼내 놓으며 오늘 음식 값은 당신께서 쏘신단다. 봉투 속에서 돈과 편지를 꺼내더니 글을 읽으신다. “어머니 사랑해요. ‘사랑해요’라는 말을 진작 하고 싶었는데 머뭇거리다 40년이나 걸렸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고 즐겁게 사세요. 이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친구 분들하고 맛있는 저녁 사서 드세요. 어머니의 아들과 며느리!” 글은 짧았지만, 반짝거리는 5만 원짜리 두 장과 흰 편지 종이, 그리고 어르신의 눈을 가득 채운 행복의 눈물! “이 옷하고 같이 가져온 거야. 아들하고 며느리가!” 하면서 울긋불긋한 겉옷을 만지작거리신다. 돈이야 저녁값을 치르기엔 조금 모자란 듯 보였지만, 그 글의 효과가 대단했다. 모인 어른들이 다 박수를 치며 최고라고 좋아했다.
위의 글은 대과괘 초육효의 효사이다. 대과괘는 상괘의 호수물 속에 하괘의 나무가 뿌리는 물론이고 잎새까지도 푹 잠겨있는 상이다. 한편으론 동방의 인도仁道가 서방의 금권만능주의에 금극목을 당하며 엉망이 되는 상으로도 본다. 대과괘의 초효와 상효는 유약한 음효로 되어있고, 가운데 있는 이효?삼효?사효?오효의 네 효는 모두 강건한 양효이다. 말하자면 근본이 되는 뿌리와 끝가지는 약하고 중간의 줄기만 크고 무거워서 넘어지는 형상이다.
그 중에서도 초효는 네 양효에 눌려서 숨도 쉬기 어렵다. 그래서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에 과일과 포 등 제물을 준비해서 산신령께 제사를 지낸다. 그런데 제물을 땅에 그냥 놓고 지내기가 어째 죄스럽다. 그래서 흰 띠풀을 꺾어서 밑에 깔고 그 위에 제물을 올려놓은 것이다. 공자님께서 칭찬하시기를 “제사 음식을 땅에 놓더라도 그 정성을 드리는 마음이 복을 받을 만 한데, 흰 띠풀을 구해서 밑에 깔고 제물을 올려놓으니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삼가함이 지극한 것이다. 본래 띠풀이라는 것이 값싸고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비싸고 소중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이런 마음 쓰는 방법으로 조심하며 행해 나가면 잃는 것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용돈을 담은 봉투와 편지지의 값이 얼마나 될까? 하찮은 것이지만 정성스럽게 구해서 사랑의 마음으로 글을 써서 용돈과 같이 넣으니, 그 정성을 생각한 부모님이 얼마나 기특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겠냐는 것이다. 그야말로 能養에 敬과 愛를 더한 효도인 것이다. 그래서 공자님께서 그 착한 마음 씀씀이를 易에 담으셔서, ‘용돈을 드릴 때 그냥 드려도 부모님께서 좋아하시겠지만, 하얀 봉투에 정성과 효심이 담긴 편지글과 함께 담아서 드리면 그 효용이 배가된다’고 가르치신 것이다.
尹相喆 (대유학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