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두고 오랫동안 슬퍼할 것이다. 지난 4월16일 한반도의 남서쪽 연안에서 벌어진 침몰 사고는 단순히 6825톤짜리의 페리호가 물에 잠긴 것이거나, 선주와 선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부족한 능력에서 온 것이 아니다. 시민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행정부와 부주의한 관리 능력이 침몰한 것이다” 프랑스 유력일간지인 르몽드지에 실린 세월호 사고 관련기사 전문이다.
외국인들 눈에 비친 세월호 사고의 주범은 선장이나 해운회사, 특정 종교 정파가 아닌 무능력하고 책임질 줄 모르는 이 나라의 정부와 관료들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관료들은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책임져야 할 기구를 선주들에게 맡겨 놓고 퇴직 후 재취업 기관으로 활용했을 뿐 아니라 사고가 터진 후에도 누구도 구조나 사고수습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십여 명이 넘는 구속자 중 관료들은 찾아 볼 수 없고 주무부처 책임자 누구도 사의를 표명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만한 국무총리만 뜬금없이 그것도 사죄가 아닌 정부운영에 누가되지 않기 위해 즉 대통령을 위해 사퇴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여당은 유가족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국정조사나 특검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종합청사 사이에 작은 쉼터가 있다.
이 쉼터 한 쪽 화단을 보면 이곳에 사헌부가 있었음을 알리는 작은 표지석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사헌부는 시정(時政)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밝히고, 관리들의 비행과 불법행위를 따져 살피는 동시에 어지러운 풍속을 바로잡고 백성들이 원통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를 풀어주며, 지위를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것을 막는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힘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업무를 처리했다.
관리들의 비행에 대한 탄핵검찰권과 일반 범죄에 대한 검찰권, 인사와 법률 개편에 대한 동의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서경권(署經權)까지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도 정부도 국회도 언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따지고 묻지도 않는 상황에서 국민이 사헌부가 돼야 하는 것이 21세기 박근혜 정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슬픈 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