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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으로 보는 세상 236공자님이 좋아하실까?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여러 산이 함께 있는 것이 간괘니, 군자가 본받아서 생각이 그 분수(位)를 벗어나지 아니한다.(간괘 대상전). 대산 선생님을 모시고 공부하던 때이니 30년 쯤 전의 일이다. 선생님과 같이 주역을 동문수학하셨다는 귀한 손님 두 분이 찾아오셔서 한참 정겨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때 어떤 질문에 내가 “대산 선생님께서 …”하고 대답

윤상철 2022. 2. 26.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여러 산이 함께 있는 것이 간괘니, 군자가 본받아서 생각이 그 분수(位)를 벗어나지 아니한다.(간괘 대상전).

 

대산 선생님을 모시고 공부하던 때이니 30년 쯤 전의 일이다. 선생님과 같이 주역을 동문수학하셨다는 귀한 손님 두 분이 찾아오셔서 한참 정겨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때 어떤 질문에 내가 “대산 선생님께서 …”하고 대답을 했는데, 선생님께서 약간 노기어린 목소리로 “너는 선생님이 몇 명 되는 거냐?” 하시는 것이었다. 내딴에는 그냥 선생님이라고 하면 구별이 안 될 것 같아서 대산 선생님이라고 호칭했는데, 옛 친구들 앞에서 제자 자랑을 하시려던 선생님의 노여움을 사게 된 것이다.

 

송나라 왕무는 “옛날에는 ‘선생’을 ‘선’이나 ‘생’ 등 한 글자로만 호칭하는 것이 충분한 예절이었다”고 하였다. ‘선’이나 ‘생’만으로도 충분히 존경한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고, 그래서 ‘매생, 노생…’ 등으로 부른 것이고, 숙손통을 ‘숙손생’ 또는 ‘숙손선’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생’은 엄청난 존칭이다.

 

또 선생의 본래 뜻은 선성(先醒)이라는 주장도 있다. 모두가 취해서 혼몽할 때, 먼저 깨어서 다른 사람의 길잡이가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대산 선생님’이란 호칭에 노여워하셨을까?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공자님, 맹자님, 정자님, 주자님, …’ 한다. 그런데 그 호칭을 듣는 분들의 기분은 어떨까? 제자들이 아닌 일반인이 불렀다면 “나를 ‘자(子)’라고 불러 주었으니 참 고맙고 기특하다”고 하실 것이다. 학자를 호칭할 때의 ‘자’는 일가의 종마루가 될만한 큰 선생님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큰 가르침과 학파를 창설하신 으뜸이 되는 큰 스승, 또는 중흥시킨 큰 스승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자’ 앞에 성씨가 들어가면 그 존칭이 좀 떨어진다. ‘내가 유일무이하게 존경하는 한 분뿐인 큰 선생님’이 아니고, 여러분의 ‘자(큰 선생님)’ 중에서 한 분이고, 다른 ‘자’와 구별하기 위해서 성씨를 붙였다는 뜻이 된다. 또 나는 유가, 묵가, 법가 등등을 공부하는데, 그 중 유가의 큰 스승이 공자요, 맹자라는 뜻도 된다.

 

선생 앞에 성씨를 붙이기도 하지만, 호를 붙이거나 출신지역, 이름 등 수식어를 붙여서 구별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대산 선생님, 퇴계 선생님, 율곡 선생님’은 호를 붙인 것이고, ‘신안 선생님, 상주 선생님’은 지명을 붙인 것이다. 이렇게 호칭하는 것도 성씨를 앞에 붙이는 것과 비슷한 존칭이다. 다만 다른 여러 선생님 중의 한 분이라는 뜻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공자님은 72명의 신통제자를 기르셨다고 한다. ‘제자’라고 하면 직접 대면해서 배운 사람이다. 제자에게서 배우거나 간접적으로 배운 사람들을 문생(門生)이라고 한다. 제자나 문생에게서 공자님은 절대적인 ‘큰 선생님’이시다.

 

유교는 유가, 묵가, 법가, 병가 등 여러 학파 중의 하나라는 개념을 넘어서, 공자님을 절대적으로 숭상하고 배우며 따르겠다는 거의 종교개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연히 공자님을 믿고 배우는 문생이며 문도이다. 그런데도 ‘큰 선생님’ 하지 않고, ‘공자’ 즉 ‘공씨 성을 가진 큰 선생님’ 이라고 부른다. 공자님께서 듣고 좋아하실까?

 

그래서 역에서는 “제자는 제자의 지위가 있고, 스승은 스승의 지위가 있으니, 모든 것은 각기 마땅한 분수가 있는 것이다. 만약 마땅히 행동해야 하나 안하는 것, 빠르게 해야 하는데 미적거리며 오래하는 것, 지나치게 하는 것, 못 미치게 하는 것 등은 다 그른 것이다. 그러니 분수에 벗어나는 것은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