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신간소개> 정치, 함께 살다

2016년 말, 대한민국은 대통령과 그 비선 조직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한바탕 소란스럽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그 관련자들이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 정치인들의 태도는 뻔뻔하기 그지없다. 청문회에 나와 “모른다”를 반복하고 죄의 심판 앞에서도 뉘우치는 기색 하나 없다. 과연 우

손경수 기자 2017. 1. 6.

 

2016년 말, 대한민국은 대통령과 그 비선 조직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한바탕 소란스럽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그 관련자들이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 정치인들의 태도는 뻔뻔하기 그지없다. 청문회에 나와 “모른다”를 반복하고 죄의 심판 앞에서도 뉘우치는 기색 하나 없다. 과연 우리가 이런 지도자에게 나라를 맡겼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시국과 맞물려 읽어볼 만한 책이 국학진흥원 교양총서로 나왔다. 글항아리에서 매년 한두 권씩 출간되고 있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다’ 열네 번째 시리즈 『정치, 함께 살다』다.

이 책은 정치에 관한 유교의 오랜 지혜를 살핀다. 궁극적으로는 유교의 민본과 위민이 민주주의의 민치와 만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질적 민주주의를 도모할 수 있는 일종의 ‘유교민주주의’를 모색한다. 1장에서는 정치학 개론 수준에서 정치와 인간 삶의 불가분의 관계와 그 개념, 정치의 목적, 정치방식, 정치의 요소, 정치과정, 정치변동, 전쟁과 평화에 관한 유교의 통찰력을 이해하고, 유교와 민주주의가 결합해야 하는 필요성을 논한다. 한마디로 ‘유교정치학 개론’이다. 2장에서는 대표적인 유교 경전인 사서(四書), 즉 『논어』 『맹자』 『대학』 『중용』 가운데 중요 정치 관련 언술의 번역문을 해설과 함께 실었다. 3장에는 한문 원전을 실어 독자가 이를 직접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는 오랜 전통인 유교정치사상을 통해 정치 문제들을 해결해보고자 한다. TV를 보면 가끔 패널들이 ‘지금이 왕조 시대도 아닌데’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여기엔 오해가 있는 듯하다. 실제 퇴계, 남명, 율곡 등 조선 왕조의 지식인·관료들이 군주를 대하는 태도는 오늘날과는 여러 모로 달랐다. 군주가 잘못을 하면 서릿발같이 힘써 간언(諫言)하다가 안 되면 사직(辭職)으로 맞섰다. 대면보고도 못 하면서 자리를 유지하는 보신주의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저자는 유교 텍스트 및 한국 고전을 섭렵하면서 삼국 이래 한반도에서 명멸했던 왕조의 군주들이 유교 이념을 신봉했기에 다른 문명권과는 달리 일정한 수준을 갖추고 있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유교를 신봉했던 조선의 군주들은 모든 정치의 궁극적인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천재지변조차도 자신의 부덕 탓으로 돌리며 국정도 쇄신하고, 반찬 수도 줄여보고, 목욕재계하며 담당 관료들과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다음의 세 가지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첫째, 우리 인식 속 근대중심주의·서구중심주의로 인해 생겨난 우리 전통과 역사에 대한 자기편견·자기비하적인 측면에서 벗어나는 것, 둘째, 유교정치사상 공부를 통해 ‘유교민주주의’를 모색하는 것, 마지막으로 현재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가 어디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 현대 대한민국 정치의 약점, 반복되는 정치 사태의 원인, 과정, 결과, 대안에 대해 전통 유교정치 이론은 고금을 관통하는 보편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항아리 031-955-8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