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육은 구멍에 들어감이니, 청하지 않은 손님 세 사람이 오리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하리라. 상에 말하기를 ‘청하지 않은 손님이 와서 공경해서 마침내 길하다’ 함은, 비록 위는 마땅치 않으나 크게 잃지는 아니함이라. (需卦 上六)
중국 전국시대에 한(韓)나라 재상가의 후손인 장량(張良)이, 조국을 멸망시킨 원수를 갚기 위해 동방역사를 시켜 쇠뭉치를 던져 진시황(秦始皇)을 저격하였으나 실패하였다. 크게 노한 진시황이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고, 도망자의 신분이 되어 피해다니다가 하비현으로 숨어들었다. 하비현에 있는 흙다리 위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삼베옷을 입은 노인이 다가와 신을 다리 밑으로 떨어뜨리고는 장량에게 “애야, 내려가서 내 신을 주워오너라” 하였다.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상대가 노인이었으므로 억지로 참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신을 주워왔다. 그러자 노인이 “나에게 신겨라”고 하였다. 점점 더 기분이 언짢았지만, 기왕에 노인을 위해서 신을 주워왔으므로 꿇어앉아 신을 신겨주었다. 노인은 거만하게 발을 뻗으며 신을 신기게 하고는 웃으면서 자리를 옮겼다.
얼마쯤 가던 노인이 다시 장량에게로 다가와서는 “너 이놈, 참으로 가르칠만 하구나. 닷새 뒤 새벽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꾸나” 하였다. 기이하게 여긴 장량이 꿇어앉아 “그러겠습니다”하고 대답하자 노인이 곧 사라졌다. 닷새째 되는 날 장량이 그곳으로 가보니, 노인이 화를 내며 “늙은이와 약속을 하고서 늦게 나오다니, 어찌된 노릇이냐?”고 하며 “닷새 뒤에 좀더 일찍 나오너라”고 하였다. 닷새째 되는 날 새벽 닭이 울 때 장량이 다시 그곳에 도착하니, 벌써 나온 노인이 화를 내며 “또 늦게 오다니, 어찌 된 거냐?” 하였다. 노인이 화난 목소리로 “닷새 뒤에 좀 더 일찍 나오너라”고 하였다. 닷새 뒤에 한밤중에 그곳으로 갔더니, 조금 뒤 노인이 나왔다. 노인이 “마땅히 이렇게 해야지”라며 기뻐하였다.
노인이 품 안에서 책 한 권을 꺼내서 주면서, “이 책을 읽으면 제왕의 스승이 될 수 있으며, 10년 후에는 그 뜻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13년 뒤에 제수(濟水) 북쪽에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인데, 곡성산(穀城山 또는 黃山) 아래의 누런 돌이 바로 나이니라” 하고는 그 곳을 떠났다. 이 책이 바로 『태공병법:太公兵法』이다. 흙다리 위에서 책을 받았다 하여 『이교서(圯橋書)』라고도 하며, 그 노인을 이상노인(圯上老人)이라고 한다.
13년 후에 장량이 한나라 고조(漢高祖)를 따라 제수 북쪽을 지나갔는데, 과연 곡성산 아래에서 누런 돌을 보게 되었다. 장량이 신기하게 여겨서 보물처럼 받들며 제사까지 지내면서, 이상노인을 황석공(黃石 : 누런 돌 + 公)이라고 높여 부르고, 『태공병법』을 『황석공 소서』라고 불렀다. 장량이 죽자 그 돌을 같이 안장하였는데, 그 후 성묘하는 날이나 복일(伏日) 납일(臘日)이 돌아오면 장량과 더불어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장량은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화를 억제함으로써 비법을 얻고, 이 책을 읽고 응용하여서 고조를 도와 중국을 통일하고 한나라를 세웠다. 그래서 역에서는 ‘곤궁할 때 생각지 않은 사람이 찾아와도 잘 공경하면 길하게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