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하늘은 쉬움으로써 주관하고 땅은 간편함으로써 이루니, 쉬우면 알기 쉽고 간편하면 따르기 쉬우며, 알기 쉬우면 친함이 있고 따르기 쉬우면 공이 있으며, 친함이 있으면 오래할 수 있고 공이 있으면 클 수 있다.(계사전).
이번에 성균관에서 아주 큰 일을 하였다. 요즘 사람들의 성향에 맞게 추석차례상을 간소화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대국민 설문조사를 하고 예법 등을 두루 고려해서 표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성균관이 이날 공개한 표준안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다.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찬성한다.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절도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할 때, 대화합을 시키는 예절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유림의 총본산인 성균관에서 표준안을 만들었다는데서 더욱더 파급효과도 클 것이고, 온 국민이 좋아하며 호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주 훌륭한 추석선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래와 같은 발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大禮必簡)고 한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한 부분이다.
추석차례상의 표준안을 만든 명분인데, ‘대례필간’에 대해서는 좀 정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례필간(大禮必簡)’은 독립된 표현이 아니고, ‘대악필이(大樂必易)’라는 대구가 있는 말이다. 음악은 하늘의 운행을 본받아 만들었으므로 자연스러워서 누구나 쉬워야 하고, 예절은 하늘의 운행에 따라 변화하는 땅을 본받았으므로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역에는 이간(易簡)의 법칙이 있다. 하늘은 쉽게 주장하고, 땅은 간단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늘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끊임없이 운행한다. 그래서 누구나 봄 다음에는 여름이 된다, 여름 다음에는 가을이 온다, 등등을 쉽게 알 수 있다. 하늘이 쉽게 주장하므로 우리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땅은 어떻게 간단하게 받아들일까? 봄이 되면 만물을 살려내면 되고, 여름이면 만물을 무성하게 기르면 된다. 또 가을이 되면 결실을 맺게 하고, 겨울엔 잘 숨겨주며 쉬게 하면 된다. 하늘의 운행에 따라 간단하게 따르며 변화할 뿐, 봄으로 대처할까, 여름으로 대처할까, 혹은 가을이나 겨울로 대처할까 하는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례필간’의 ‘간’은 간소하게 한다는 뜻 보다는,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지 않고 간단하게 받아들이며 따른다는 뜻이 더 많다. 그러면 제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간단하게 따르는 것인가? 봄에는 ‘보릿고개를 넘는다’는 말처럼 먹고살기 힘드므로 푸성귀 등으로 간소하게 지내고, 가을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계절이니 풍성하게 올리는 것이 간단하게 따르는 것이다.
또 부자집은 풍성하게 차리고 가난한 사람은 간소하게 차리는 것이, 과일이 풍성한 곳에서는 과일을 놓고 지내고 생선이 많이 나는 곳에서는 생선을 놓고 지내는 것이, 하늘의 뜻에 따라 간단하게 따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추석차례는 풍성하게 해도 좋은 것이다.
공자님께서는 “제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경건하게 물어보고 조심하는 것이 예법이다”라고 하셨다. 각 집안의 형편에 맞춰서 하는 것이 간단하게 따르는 예절인 것이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풍성할 때는 풍성하게 살고 어려울 때는 어렵게 살며, 낮이 되면 일어나 활동하고 밤이 되면 들어가 쉬는 것이 올바른 예법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