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갑 / 성균관대 겸임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한 용도에만 쓰이는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子曰 君子는 不器니라. 「위정」12)”
그릇은 대부분 용도가 정해져 있다. 물은 컵에 따라 마시고, 밥은 밥그릇에 담아 먹는 것이 일반적인 컵과 밥그릇의 용도다. 자신이 담을 수 있는 양만큼 담아야 하고, 어느 곳이든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그릇은 자기 용도의 범위를 넘어서면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공자는 그릇을 인간에게 비유해서 말하고 있다. 즉, 군자라는 인간은 일반 사람처럼 한정된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되고, 또한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용도에 국한되는 그릇이 되어서도 안 된다. 군자는 다양한 것을 모두 통섭할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에 한정된 용도에만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릇이란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를 말한다. 학문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대학 교수나 학자라고 해도 주변 학문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 되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분리되면서 상호 교류하지도 못하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기 분야 이외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속담에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고 한 것처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웃 학문을 함께 알아야 한다. 특히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은 인문학도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인문학도는 자연과학을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적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환경문제 하나만 놓고 보아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모두 필요하게 된다.
고대의 학자들은 대부분 폭 넓은 학문을 했다. 공자는 정치가·예술가·음악가·고고학자·시인·역사학자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정통했다. 다산 정약용은 철학자·과학자·기술자·의학자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연구한 분야는 물리학 · 화학 · 생물학 · 동물학 · 심리학 · 정치학 · 윤리학 · 논리학 · 형이상학 · 역사 · 문예이론 · 수사학 등 매우 다양하다. 레오나르도다빈치는 화가이자 조각가 · 발명가 · 건축가 · 기술자 · 해부학자 · 식물학자 · 도시계획가 · 천문학자 · 지리학자 · 음악가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의 학자들은 폭이 넓고 깊이가 있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예·음악·활쏘기·말타기·글쓰기·수학 등을 가르쳤다. 이것을 육예(六藝)라고 한다. 그리고 여섯 가지를 모두 익힌 제자가 72명이었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 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폭넓은 식견과 학문을 겸비한 군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옳지 못한 작은 재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소인이 아니라 한정할 수 없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바로 군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