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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으로 보는 세상 253자식을 먹고 토한 문왕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자벌레가 굽히는 것은 펴서 앞으로 가고자 함이고, 용과 뱀이 움츠림은 몸을 보존하기 위함이며, 의리를 정미롭게 하여 신묘한 데 들어감은 쓰임을 이루고자 함이고, 이롭게 사용해서 몸을 편안히 함은 덕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계사전). 백읍고(伯邑考)는 창(훗날 문왕으로 추존됨)의 장남이다. 백읍고라는 이름의 ‘백’자도 적장자를 나

윤상철 2022. 11. 13.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자벌레가 굽히는 것은 펴서 앞으로 가고자 함이고, 용과 뱀이 움츠림은 몸을 보존하기 위함이며, 의리를 정미롭게 하여 신묘한 데 들어감은 쓰임을 이루고자 함이고, 이롭게 사용해서 몸을 편안히 함은 덕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계사전).

 

백읍고(伯邑考)는 창(훗날 문왕으로 추존됨)의 장남이다. 백읍고라는 이름의 ‘백’자도 적장자를 나타내는 말이다. 주라는 제후국의 임금이있던 창은 양자를 포함해서 모두 100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그 중에서도 백읍고는 인덕이나 능력이 단연 돋보였다. 특히 음악에 정통해서 진선진미한 순임금의 음악에 비유되었다고 한다.

 

주왕(수신왕)이 폭정을 일삼고 있을 때, 창은 더욱더 정치에 힘썼고, 그 덕택에 훌륭한 덕으로 정치를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사방에서 백성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 세력이 커질 것을 두려워한 주왕이 창을 가두었다. 유리옥에 갇힌 지 7년이 넘었으므로, 장남으로서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은나라의 도성 조가로 떠났다.

 

조가에서 주왕을 알현하고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을 바치면서 부왕을 풀어줄 것을 빌었다. 주왕은 그의 간절한 태도와 보물을 보고 마음이 누그러졌고, 몰래 주렴 속에서 살펴보던 달기는, 백읍고의 훤칠한 외모와 행동 그리고 유창하면서도 온유한 말소리에 반했다. 그래서 백읍고가 가야금의 명수라고 하면서 “첩에게 백읍고에게 가야금을 배우도록 하시면, 열심히 배워 아침저녁으로 폐하께 가야금을 연주해서 조가성에 가야금의 가락이 끊기지 않게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백읍고와 둘이 앉아서 가야금을 배울 때, 온갖 꾀를 내며 백읍고를 유혹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독이 잔뜩 오른 달기가 백읍고를 죽여서 그 아비인 창에게 먹이자고 하였다. “만약 아들임을 알고 먹지 않는다면 훌륭한 성인(聖人)일 것이니 임금의 명을 어긴 죄로 죽여 후환을 없애고, 아들임을 모르고 먹는다면 두려워할 것이 없으니 풀어주어 임금의 덕을 만인에게 보여주소서. 그렇게 된다면 저 백읍고의 청도 들어준 셈이니, 죽어서도 원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달기의 꼬임에 넘어간 주왕은 백읍고를 죽여 떡국을 만들어 창에게 먹게 하였다. 창은 꿈자리가 뒤숭숭해 아침 일찍 일어나 점을 쳐 보고 이 사실을 알았지만, “내가 만일 아들을 먹지 않는다면 여기서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가문은 물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체 받아먹고는 “아! 맛있게 잘 먹었다”하는 인사말까지 하였다.

 

이 말에 속은 은나라의 신하들이 창을 풀어주자고 했다. 뇌물을 잔뜩 먹은 비중 등 간신이 “풀어주는 길에 서쪽 방면의 제후들을 총괄하는 서백을 삼자”고 해서 서백으로 승진해서 금의환향하게 되었다. 귀국하다가 사람들 몰래 먹은 것을 토하니, 살점이 빨간 갓난 토끼로 화하여 꿈틀 꿈틀 움직이며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자식을 먹는 부모가 어디에 있습니까?” 하며 도망가다가 죽었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이 죽어 토끼가 된 것을 슬퍼하면서, “그러게 내가 면회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며 땅에 묻고, 그곳에 공원을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하남성 탕음현에는 자식을 토해서 만든 무덤이라고 해서 토자총(吐子塚), 또는 토끼로 변해서 도망간 자식을 묻었다고 해서 토자총(兎子塚)이라고 하는 큰 무덤이 전한다.

 

백읍고는 잘나서 죽었고, 문왕은 못난척해서 살았다. 그래서 역에서는 “굽힐 때는 굽혀서 몸을 보존해야 나중에 귀하게 되고 뜻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