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54주왕과 달기의 최후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육은 밝게하지 않아서 어두워졌다. 처음엔 하늘에 오르고 뒤에는 땅으로 들어갔다. 상에 말하기를 ‘처음엔 하늘에 올랐다’는 것은 온세상을 비춤이고, ‘뒤에는 땅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법칙을 잃은 것이다(명이괘 상육). 은나라를 망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달기는, 뛰어난 지혜와 미모로 주왕(수신왕)을 미혹시켜 폭정을 하게 했다.

윤상철 2022. 12. 2.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육은 밝게하지 않아서 어두워졌다. 처음엔 하늘에 오르고 뒤에는 땅으로 들어갔다. 상에 말하기를 ‘처음엔 하늘에 올랐다’는 것은 온세상을 비춤이고, ‘뒤에는 땅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법칙을 잃은 것이다(명이괘 상육).

 

은나라를 망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달기는, 뛰어난 지혜와 미모로 주왕(수신왕)을 미혹시켜 폭정을 하게 했다. 수영장을 만들어서 물 대신에 술로 가득 채우고, 사이사이에 나무를 잘라 세운 뒤에 잎새 대신에 고기안주를 걸어놓은 주지육림을 만들어서, 젊은 남녀에게 나체로 술을 마시며 놀게 하였다. 그들이 원시적으로 노는 것을 안주삼아서, 주왕과 달기도 술을 마시며 노니, 나랏일은 완전 뒷전이었다. 또 기름칠한 구리기둥을 불에 달군 뒤에 맨몸으로 걷게 하는 포락지형의 잔인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차마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을 태연하게 자행해서 그런지, 여와씨(女媧氏)가 헌원씨 묘당에 살던 꼬리 아홉달린 여우 요괴를 시켜, 소호의 딸 달기를 죽이고, 그 몸을 빌어 요부노릇을 하게 했다는 말이 전한다. 혹자는 “문왕의 아들 주공이, 미색이 출중한 여인을 선발해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데려다 철저하게 주왕이 좋아할 표정과 말 그리고 행동 하나 하나를 세뇌시켰다. 그래서 주왕이 달기만 보면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너무 마음에 쏙들어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그렇게 선정을 베풀던 임금이 갑자기 포악한 임금으로 변했다”고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주왕이, 여와씨의 묘당에 참배차 갔다가 휘장속에 가려져있던 여와씨의 그림을 보고는 한눈에 반했다. 그래서 여와씨를 데려다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시를 써서 붙이고 환궁했다.

 

하지만 여와씨가 누구인가? 오빠인 복희씨와 함께 인류를 창조하고 문명을 발달시켜준 위대한 신으로 추앙을 받던 분이 아니던가? 그 시를 읽은 여와씨는, 숭배의 대상에서 노리개로 전락된 기분이 들었다. 모멸감을 느낀 여와씨가 은나라를 망하게 하기 위해서, 헌원씨 묘당에 살던 요괴를 달기로 변신시켜서 주왕의 넋을 뺌으로써 은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주왕이 녹대에서 자살함으로써 은나라가 망할 때, 달기의 미모와 요염한 기운에 홀린 주나라 군사들이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한다. 여와씨가 나타나 달기를 잡아다가 처형대에 묶었다. 달기가 항변하면서 “주왕의 마음을 미혹하게 해서 은나라를 멸망시키면, 득도하게 해주겠다고 하시더니, 약속을 지키기는 커녕 이렇게 잡아서 욕을 보이십니까?”라고 하였다. 여와씨가 “은나라만 망하게 하랬지, 누가 선량한 사람을 죽이라고 했느냐? 새 임금은 훌륭한 분이시니, 그분의 처분을 기다려라.”하였다. 어떻게 선량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서, 주왕에게 폭정을 하게 하여 은나라만 망하게 할 수 있는가? 달기로서는 여와씨의 처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윽고 무왕을 대신해서 주공이 범죄자를 처형하러 나왔다. 달기가 반가와 하면서 “나의 역할을 아주 잘했지요?”하는 표정으로 주공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을 본 주공은, 달기의 입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달기에게 죄를 묻지도 않고 즉각 처형을 명했다고 한다.

 

주왕이 여와씨의 사당에 시를 쓰기 전에는, 문무를 겸비히고 백성을 사랑한 훌륭한 임금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임금이 갑자기 폭정을 했으니, 달기가 요괴라는 전설이 전해질만도 하다. 하지만 꼭 요괴에 홀려서 폭군이 되었겠는가? 원칙을 어기고 제멋대로 살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역에서는 ‘온 세상을 잘 다스리다가 폭군이 된 것은 법칙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