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四字論語> ‘樂而不淫’ 즐거우면서도 음탕하지 않다

최영갑 / 성균관대 겸임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경』의 「관저」편은 즐거우면서도 음탕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몸을 상하지는 않는다.(子曰 關雎는 樂而不淫하고 哀而不傷이니라. 「팔일」20)” 공자는 다재다능한 성인이다. 철학은 물론 역사와 문학, 예술 분야에서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공자의 문학적 감수성은 『시경』을 통해서 알

편집부 2017. 5. 13.

최영갑 / 성균관대 겸임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경』의 「관저」편은 즐거우면서도 음탕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몸을 상하지는 않는다.(子曰 關雎는 樂而不淫하고 哀而不傷이니라. 「팔일」20)”

 

공자는 다재다능한 성인이다. 철학은 물론 역사와 문학, 예술 분야에서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공자의 문학적 감수성은 『시경』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시경』은 각 제후국에서 유행하는 3천 여 편의 시 가운데 교훈이 될 만한 305편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앞에 나오는 시를 관저장(關雎章)이라고 부르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암수 서로 정다운 물수리, 물가에서 즐거이 노니네 關關雎鳩 在河之洲

정숙한 아가씨는 군자의 좋은 배필이라네 窈窕淑女 君子好逑

들쭉날쭉한 마름나물을 이리저리 물길 따라 취하며 參差荇菜 左右流之

정숙한 아가씨를 자나 깨나 구해보네 窈窕淑女 寤寐求之

아무리 찾아도 만나지 못하여 자나 깨나 그리워하네 求之不得 寤寐思服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몸을 뒤척이며 잠을 설치네 悠哉悠哉 輾轉反側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읊은 것인데, 공자는 이 시를 평가하며 ‘낙이불음’이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자나 깨나 찾게 되고, 다행히 그 사람을 만나면 즐거움이 넘치게 된다. 하지만 즐거움이 넘쳐도 바름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즐겁게 놀기를 좋아한다. 술 한 잔 마시면 노래방으로 직행하는 풍속은 이제 일상화되었다. 노래방에서의 즐거움이 무르익으면 슬슬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도를 넘게 되고 해서는 안 될 곳에 머무르게 된다. 그래서 공자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은 좋지만 정도(正道)를 넘어 음탕한 지경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심사위원들은 종종 “감정이 없다” 또는 “감정이 너무 지나치다”라고 말한다. 감정이 없어도 안 되고, 감정이 지나쳐도 안 된다는 말은 적절한 균형을 갖추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즐거움이나 슬픔이 지나치면 균형을 잃게 되고 결국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어진다.

삶은 기쁨과 슬픔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균형을 잃고 흔들리며 방황하는 것도 인간다운 모습이다. 특히 사랑에 가슴 아파 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도 극에 이르고 슬픔도 극에 이르게 된다. 그들에게 균형을 잡으라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공자는 탁월한 범생(?)이므로 균형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자가 균형을 잡지 못하면 누가 균형을 잡아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