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구는 살지게 도피함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상에 말하기를 ‘살지게 도피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음’은, 의심하는 바가 없는 것이다.[遯卦 上九]
옛날에는 남아선호사상이 있었다. 농경사회에서 남자의 힘이 필요했고, 전쟁을 해도 남자의 힘이 필요했고, 남자로 대를 잇는 가문잇기를 위해서도 남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딸을 나면 섭섭하다는 표현을 하였다. 심지어 이름을 지을 때 ‘섭운, 서운, 서분, 섭섭…’이라고 하면서 섭섭해 했다. 심한 사람은 ‘유감, 유감녀, 절통, 분통, 통분…’이라고 했다. 딸을 낳아서 유감이며, 절통하고 분통하다는 것이다.
첫 딸을 낳으면 ‘일가(一可)’라고 해서 딸 하나는 괜찮다고 하였고, 둘째도 딸을 낳으면 혹시 다음에는 이라는 뜻으로 ‘이혹(二或)’이라고 했으며, 셋째도 딸을 낳으면 기가 막혀 웃는다는 뜻으로 ‘삼소(三笑)’라고 했다. 그런데 넷째도 딸을 낳으면 남 보기 부끄럽다 해서 ‘사치(四恥)’라고 하기도 했다. 물론 그 뒤로 ‘설마(設麻), 인제두(仁諸斗)’ 등등 딸을 싫어하는 이름이 즐비하였다.
또 딸의 출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생각도 했다. 그래서 ‘필년(畢年), 필순(畢順), 말낭(末娘), 말이(末伊), 말순(末順), 미순(未順), 막음이(莫音伊)…’라고 지었다. ‘필(畢)’은 마친다는 뜻이니, ‘년, 순, 랑’ 등등의 여자를 낳는 일을 마친다는 것이고, ‘말순, 미순’은 순한 여자를 뜻하는 ‘순’을 끝내고 다음에는 아들을 낳겠다는 뜻이며, ‘막음이, 고만, 마금’은 딸을 낳는 것을 막고 아들을 낳겠다는 뜻이다.
또 이번에는 딸을 낳았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의지를 불태우며 딸의 이름을 짓기도 했다. 남아를 기약한다는 뜻으로 ‘기남(期男)’, 남아를 낳는 터전이라는 뜻의 ‘기남(基男)’, 그리고 ‘후남(後男)’은 ‘다음에는 남아를 낳는다’는 뜻이다. ‘가망, 망생, 고대, 빌손(?孫), 확실이’ 역시 아들을 고대하고 빈다는 뜻이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30년 전에 이런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딸을 둘 낳으면 금메달이고, 딸 하나에 아들 하나를 낳으면 은메달이며, 아들만 둘을 낳으면 목메달”이라고 하면서 딸 둘 낳았다는 자랑에 열을 올린다. “가족모임의 대부분이 처갓집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도약이 실감된다. 당장 2013년 임용된 판사와 검사의 비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판사의 77.8%, 검사가 71.1%가 여성으로 남성을 세 배 이상 압도했다”는 것이다.
그 말에 절로 공감이 된다. “차일시 피일시”이고, 양이 극성해지면 음이 생겨나고 음이 극성해지면 양이 생겨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때와 장소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도에 합당한 것이고, 이것이 주역에서 최상의 덕목으로 생각하는 시중(時中)인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도 “물러날 때가 되면 마음을 편하게 먹고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이다.
尹相喆 (대유학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