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이는 누런 소의 가죽을 잡음이라. 그 굳은 것을 말로 다 할 수 없다. 상에 말하기를 ‘누런 소의 가죽을 잡는다’고 함은 뜻을 견고하게 한다는 말이다.[遯卦 六二]
올해는 갑오년이다. ‘갑’은 시작한다는 말이고, ‘오’는 중간을 막 넘어섰다는 말이다. 그래서 천간에서는 갑부터 시작해서 ‘갑을병정…’이라 하고, 장원급제한 것을 ‘갑제(甲第)’라고 하며, 법령의 제 1조를 ‘갑령(甲令)’이라고 하며, 새싹이 나는 것을 ‘갑탁(甲坼)’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오’가 중간을 넘어서는 말이기 때문에 오 이전을 ‘오전’이라 하고, 오 이후를 ‘오후’라고 한다. 그러니까 갑오는 천간으로는 시작을 한 것이고, 지지로는 반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천지로 치면 천간은 하늘이고 지지는 땅이며, 나라로 치면 천간은 임금이고 지지는 백성이다. 하늘과 임금은 갑에 해당하니 시작을 하려고 하지만, 땅과 백성은 시작해서 이미 반을 넘어선 오에 해당하니 고치자고 하는 것이며, 더구나 갑오년은 60갑자 중에 31번째로 반을 막 넘어선 갑자가 된다. 그래서 갑오년에는 아래로부터 고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쉬운 것이다.
120년 전에 일어난 동학혁명도 그러한 기운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때 농민군은 “가보(甲午)세 가보(甲午)세 을미(乙未)적 거리다 병신(丙申)되면 못 가나니~ ”하면서 동지들을 규합했다고 한다. 개혁은 갑오년에 끝내야지 해를 넘기면 실패한다는 뜻으로, 농민군의 마음은 급했다. 그러나 천간(임금)은 아직 고칠 경(庚≒更)이 안 되었기 때문에 고칠 생각이 없다. 그래서 120년 전에는 임금과 백성 사이에 의견이 충돌했다. 뜻이 맞지 않아 희생이 커지고, 호시탐탐 노리던 외세에 빌미를 주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임금과 백성 사이에 타협점이 없는가? 갑오년으로 주역 점괘를 만들면 천산돈괘(天山遯卦) 이효가 동하게 된다. 돈괘는 소인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서 군자가 자리를 피해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군자를 상징하는 양효가 넷이나 되고 그것도 윗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둘 밖에 안 되고 그것도 아랫자리에 있는 음효에게 양보하고 물러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미약하고 지혜롭지 못해서 때로는 억지를 부리는 백성이지만 그들이 살아야 국가가 원만하게 운영됨을 알기 때문이다. 또 그 효사에서 “누런 소의 가죽을 잡는다”고 했으니, 백성들은 굳은 마음으로 뜻을 관철하고자 한다. 다만 “누런 소”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백성들도 뜻을 관철하려고만 하지 말고 ‘순하면서도 중정한 덕’을 앞세워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갑오년은, 아랫사람은 순리를 따르며 중정한 덕에 합당하게 주장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주장이 이치에 안 맞고 억지를 부리는 경향이 있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배려하고 인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易의 가르침인 것이다.
尹相喆 (대유학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