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갑 / 성균관대 겸임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질지 못한 사람은 오랫동안 곤궁한 데 처할 수 없으며, 오래도록 즐거움에 처할 수 없으니, 어진 사람은 인을 편안하게 여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인을 이롭게 여긴다.(子曰 不仁者는 不可以久處約이며 不可以長處樂이니 仁者는 安仁하고 知者는 利仁이니라. 「이인」2)”
참 어렵다. 인자(仁者)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매일 책을 보면서도 알 수가 없다. 어렴풋이 모습만 그려질 뿐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공자는 인자(仁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잠시라도 인자가 되기 위한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공자가 인자라고 말한 사람은 유일하게 제자 안회(顔回)밖에 없다.
공자는 어질지 못한 사람은 어려운 상황도 오래 견디지 못하고 즐거운 상황도 오래 누리지 못한다고 했다. 어질지 못한 사람은 자기의 본심을 잃어버려서 너무 오랫동안 곤궁하면 반드시 분수를 넘게 되고, 너무 오랫동안 즐거우면 반드시 음탕함에 빠지게 된다는 말이다. 오직 어진 사람만이 인(仁)을 편안하게 여기고 어떤 상황에 처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어느 날 공자가 열국을 여행하다가 위(衛) 나라에 이르렀다. 그런데 위나라 영공이 공자에게 병법에 대하여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사지내는 일은 일찍이 들었지만 군대의 일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위나라를 떠났다. 진(陳) 나라에 있을 때 식량이 떨어지자 따르던 제자들이 병이 들어 일어나지도 못했다. 자로가 화가 난 얼굴을 하고서 공자를 뵙고 말했다.
“군자도 또한 곤궁한 때가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군자도 진실로 곤궁한 경우가 있단다. 하지만 소인은 곤궁하면 분수에 넘치는 행위를 하는 것이란다.”
자로는 식량이 떨어져 밥도 못 먹고 굶주리는 동료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공자에게 대들었다. 하지만 공자는 곤궁한 것을 후회하지도 않았고 남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얼마든지 제후들에게 경비를 조달받으며 여행할 수도 있었지만 공자는 명분 없고 옳지 않은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 도중 종종 어려움에 봉착했던 것이다. 공자라고 배가 고프지 않았겠는가마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군자에게는 굶어 죽어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음을 알려주는 일화다.
자신의 길이 옳은 길이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감내하고 극복해야 한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끝은 있는 법이다. 어려움과 즐거움은 밥 먹는 일처럼 일상에서 되풀이된다. 모든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지조를 굽히지 않는 인자(仁者)의 자세가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