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사는 꾸러미 속에 물고기가 없으니 흉하게 된다. 상에 말하기를 ‘물고기가 없어 흉함’은 백성을 멀리 하기 때문이다. [姤卦 九四]
자산이 정나라의 정사를 책임지고 정치를 할 때에, 자신이 타는 수레에 사람들을 태워서 진수와 유수를 건너게 해주었다. 정승이 평민을 위해서 자기 자가용을 내준 것이다. 이를 듣고 맹자님이 한 말씀하셨다. “은혜롭기는 하지만 정치를 할 줄 모른다. 11월에 사람이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만들고, 12월에 수레가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만들었다면, 백성들이 건너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산이 백성의 어머니가 되어서 자상하고도 친절하게 강을 건너게 해주었지만 그건 필부의 자상함일 뿐이고, 나라를 운영하는 정치가라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청주를 비롯해서 전국이 홍수로 고통을 겪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전국에 가뭄이 들어서 벼농사는 물론 밭농사도 망쳤다고 하였는데, 보름만에 폭우로 인한 홍수를 겪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장마가 오고, 요즈음에는 국지성 폭우 혹은 게릴라식 폭우가 자주 내린다. 이는 이미 상식화 되어 있다. 그렇다면 수로를 잘 정비해서 갑작스런 홍수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건 100년이 아니라 1년 앞만 바라봐도 알 수 있는 아주 초보적인 상식이다.
그 중에서 최고는 강바닥을 낮추는 준설작업이다. 강바닥을 낮추어서 물의 저수량을 늘리면 갑작스런 폭우가 내리더라도 홍수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이 가득할 때는 준설작업이 어렵다. 물 때문에 강바닥의 토사를 퍼 올리는 것도 쉽지 않지만, 퍼 올린다 해도 오염된 토사 때문에 물고기나 조개 가재 게 등이 폐사를 하거나 강 하류가 오염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물망을 치고 강을 여러 조각단위로 나누어서 부분부분 준설작업을 하기 마련이다.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런데 지난번 가뭄처럼 강바닥은 물론 저수지까지 바닥이 드러난 상태라면 상황이 다르다. 그저 포크레인으로 차례차례 준설을 하면 그만이다. 일도 쉽고 비용도 저렴하다. 준설작업만 제대로 했으면 이번 폭우는 가뭄 끝의 단비이다. 그런데 아무도 준설작업을 하지 않았다. 하늘이 준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 결과는 무참했다. 무수한 사망자와 이재민을 탄생시켰다. 이재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갔느니 안갔느니, 성심껏 봉사를 했느니 눈도장만 찍고 왔느니, 장화를 잘 못 벗었느니 고무장갑을 밴드 붙여 예쁘게 꼈느니 하고 다투는 것은, 이미 중심에서 벗어난 어린애 말장난일 뿐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익만 앞세우는 정치꾼들이 지도자로 버티고 있는 덕분에, 가뭄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던 농민과 서민만 죽을 고생을 겪게 된 것이다. 그분들이 천재가 아닌 인재 때문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현 지도자들을 지지할까?
그래서 역에서는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면, 아랫사람이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을 찾아서 떠나게 된다. 결국 윗사람도 자신을 지지하던 백성을 잃게 되어 흉하게 되는데, 이는 스스로 무능해서 멀리했기 때문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