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대에 좌표를 설정하기 위한 기준을 여러 가지로 제안할 수 있겠지만, 그 중 ‘종교인구 감소 시대’라는 것도 유용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 인구는 가장 최근의 조사(2015)에 따르면, 그 전 10년 전(2005)에 비하여 9% 가량 급감하였다. 각 종단별로 증감에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종교인구 순위가 변동되기도 하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부분은 종교인구가 ‘대세적으로’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종교인구의 ‘고령화’나 ‘성직(지원)자의 급감’ 등도 이러한 추세의 의미를 더욱 강화하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종교인구의 ‘감소’는 우리나라에 ‘근대적 의미의 종교’가 자리 잡은 이래 100여 년 만에 맞이하는 ‘특이한’ 현상이다. 개항 이래, 혹은 천주교(서학)의 유입 이래 조선(한국)은 종교인구의 ‘폭발적’ 증가, 거대종교의 공존 등의 현상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로 보고되곤 한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종교인구’의 추세적 감소가 목격되고 있다는 것은 예사로운 사태가 아니다.
이러한 시대에 종교와 신앙에 관한 질문은 ‘제도종교(종단)’ 단위에서의 ‘각자도생’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강한)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의 위상과 정체성을 묻는 것이나, 변곡점을 넘어선 지구온난화시대에 생명(생태계)의 존폐 문제를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종교의 관계, 인간과 신(앙)의 문제를 따지는,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대로 ‘종교(宗敎)’라는 말(개념)은 인간과 더불어 그 시원을 같이 해 온 것이 아니라, 근대(19세기 전후)라는 지극히 최근세의 시기에 서양으로부터 유입된 ‘religion’의 번역어에 불과하다. 최근세까지 우리 사회(조선-동아시아)에 익숙하고 유용한-그러면서 ‘종교’와 유사한-범주는 교(敎), 학(學), 도(道)와 같은 개념들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 사실을 안다 할지라도, 그것의 의미를 물을 여유도 없었거니와, 그 차이가 당면한 문제에 그다지 유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종교인구가 감소하며 그동안 우리 인간(한국인)의 존재 규정이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종교의 패러다임과 위상이 급변할 조짐을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혹은 지금이라도 물어야 하는 것은 ‘종교’라는 말의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종교-서구적/세계종교적 패러다임’의 위세에 짓눌려서, 반성적으로 재고할 수 없었던 우리들 인식의 정당성, 근대적 지식(상식)의 정당성을 회의할 수 있을 때, 회의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우리가 상식으로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개념(어)들은 대체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새롭게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들여온 개념들도 바로 그 19말-20초 사이에 형성된 기본개념의 토대 위에 쌓아 올려지게 되었다. 종교 개념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인식 틀로서 우리 행동의 바탕이 되었으며, 단순히 1/n로 치부할 수 없게끔 우리(한국, 동아시아)의 삶을 규정하는 개념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제강점기 ‘종교’와 ‘유사종교’의 개념화와 그에 따른 종교정책, 법제화와 그를 기반으로 하는 (민족, 유사)종교에 대한 탄압은 그나마 자주 다루어져 온 사례라고 한다면, 이러한 서구적 근대의 틀과 식민시대의 종교정책의 틀의 연장선상에서, ‘민주’나 ‘자유’ 그리고 ‘문명’의 이름을 팔아 실제로는 ‘종교’적 이식 작업을 거듭해 온 해방 이후의 종교 흐름을 근본적으로 되물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졌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묻는 책이다. 이 책은 먼저 ‘종교 개념’의 형성의 역사와 한국사회 및 동아시아에서의 등장 배경을 살피고, ‘종교’와 ‘세속’의 구분이 어떠한 연원 하에 이루어지고, 한국 근대사회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고찰한다. 이어 한국 근대 시기의 구체적인 종교현상에서 앞에서 고찰한 ‘종교’ ‘종교-세속’의 문제가 어떻게 관철되고 반영되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한국사 전체는 물론이고 한국 근대 종교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3.1운동에서 조선총독부의 종교정책 변화와 그 가운데 종교-문화의 연관성, 그리고 그것이 한국 근대종교의 지형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는지를 고찰한다. 끝으로 한국사회에서 ‘유사종교’ 혹은 ‘사이비종교’가 문제될 때마다 호출되는 ‘백백교 사건’의 내막과 그 영향을 고찰한다.
이상의 고찰을 통해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초월적인 것’으로 여겨 왔던 종교 개념이 실제로는 어떤 ‘편향성’에 기초해 있었는지를 따져 보고, 그 ‘색안경(콩깍지)’을 벗어 던지기를 고대한다. 지금 우리에게 그러한 ‘탈각’이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식, 인간의 삶의 양태,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의 관계 설정이 유사 이래 가장 큰 변곡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02-735-7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