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130송사의 끝은 원망이다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오는 송사에 크게 착하고 길하다. 상에 말하기를 ‘크게 착하고 길함’은 중정하기 때문이다.〔訟卦 九五〕 한 선비가 길을 가는데, 한숨을 길게 내쉬며 수심에 가득 찬 여인을 만났다. 이유를 물었더니, “제 남편이 병들어 다 죽게 된 사람과 말다툼을 하다가 뺨을 한 대 때렸는데, 그 사람이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살인죄로 형을 받게 되

편집부 2017. 9. 28.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오는 송사에 크게 착하고 길하다. 상에 말하기를 ‘크게 착하고 길함’은 중정하기 때문이다.〔訟卦 九五〕

한 선비가 길을 가는데, 한숨을 길게 내쉬며 수심에 가득 찬 여인을 만났다. 이유를 물었더니, “제 남편이 병들어 다 죽게 된 사람과 말다툼을 하다가 뺨을 한 대 때렸는데, 그 사람이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살인죄로 형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고는 또 한 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풍가어병엽(風加於病葉)이니이다 : 병든 잎새에 바람이 불었을 뿐입니다”고 써주며, 이 글을 고을 사또에게 보여주면 무사할 것이라고 하였다. 사또가 그 글을 보고는 그럴듯하다고 생각하여 그 남편을 풀어주었다. 글을 써준 선비가 그 부인 집에 가서 생색을 내고자 하니, 그 집 아들이 “본래 우리 아버님이 죄가 없었던 거지, 그 글 때문에 풀려난 것이 아닙니다” 하고 경시하였다.

화가 난 선비가 뺨을 맞아 죽은 사람의 집으로 찾아가서, “내가 그 원통함을 풀어드리리라” 하고는 “수유후삭(雖有朽索)이라도 : 비록 다 썩은 새끼줄이지만/ 불만부절(不挽不絶)이니이다 : 잡아 당기지 않으면 끊어지지 않습니다”고 써서 사또에게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하니, 사또가 또 그럴듯하게 여겨서 뺨을 때린 사람을 다시 잡아 가두었다.

그 선비가 또 길을 가다가 역시 살인죄로 갇힌 사람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2월에 동네 사람과 다투어서 홧김에 한 대 때렸는데, 그 사람이 9월에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사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써주었다. “오비이월(烏飛二月)하고 : 까마귀는 2월 달에 배나무에서 날아가고/ 이락구월(梨落九月)하니 : 배는 9월 달에 떨어졌으니/ 오야풍야(烏也風也)아! : 까마귀 탓입니까? 바람탓입니까?/ 인타이월(人打二月)하고 : 사람을 2월에 때렸고/ 인사구월(人死九月)하니 : 그 사람이 9월 달에 죽었으니/ 인야신야(人也神也)아? : 때린 사람 탓입니까? 염라대왕 탓입니까?” 이 24자의 호소장을 제출하니 그 사람 역시 풀려나게 되었다.

이 두 경우 모두, 생각하기에 따라 살인죄도 될 수 있고 그저 풀어주어도 된다. ‘송사할 송(訟)’ 자 역시 ‘言+公’이니, 내 말(言)이 더 공변되고 공정(公)하다는 뜻이다. 이쪽 상황을 고려하면 이쪽이 옳고, 상대방 상황을 고려하면 상대방이 옳게 되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치관의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 하고, 일각에서는 그에 반발하는 움직임으로 시끄럽다. 공자님께서는 “송사를 듣고 판단함은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지만, 내가 중요시 하는 것은 애초에 송사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송사라는 것은 본래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것이다. 재판관이 옳고 그름을 판결하기는 하지만, 진 사람이 그 판결에 승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치적으로 졌다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앙금이 남는 것이 재판이다. 더구나 이치적으로도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좀 많은가! 애초에 송사가 없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송사가 생겼다면 易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마음으로 판결해야, 양쪽 다 승복한다’고 한 가르침대로 해야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