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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으로 보는 세상 131기운을 기르며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구는 못 속에 잠긴 용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 상에 말하기를 ‘잠긴 용이니 쓰지 말라’ 함은 양이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乾卦 初九〕 아이는 왜 새벽에 고추를 세울까? 우리들이 꼬마라고 부르는 조그만 아이들은 물론이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도 새벽마다 고추를 세운다. 왜 그럴까? 아직 성교를 하기에는 어린 나이인데, 무엇을

편집부 2017. 10. 14.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구는 못 속에 잠긴 용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 상에 말하기를 ‘잠긴 용이니 쓰지 말라’ 함은 양이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乾卦 初九〕

아이는 왜 새벽에 고추를 세울까? 우리들이 꼬마라고 부르는 조그만 아이들은 물론이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도 새벽마다 고추를 세운다. 왜 그럴까? 아직 성교를 하기에는 어린 나이인데, 무엇을 하려고 고추를 세울까? 오줌이 마려서 그런가? 물론 오줌이 마려울 때도 고추를 세우기는 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오줌을 누려는 것도 아니다.

아이는 기운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천개어자天開於子), 땅은 축시에 열리며(지벽어축地闢於丑), 사람은 인시에 열린다(인생어인人生於寅).”고 한다. 그래서 사람은 인시(새벽 3시~5시)부터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자시와 축시에 충분히 쉬었다가, 인시가 되면 하늘과 땅이 주고받으며 만든 맑고 온화한 기운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고추를 세우는 것이다.

아이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인다. 사지의 끝부분과 정수리 같이 밖으로 삐죽 나온 부분은 물론이고, 9공(孔)을 비롯한 8만 4천 개나 되는 몸의 모든 구멍에서 기운을 받아들인다. 이는 맹자가 말한 야기(夜氣)와 비슷한 것으로, 좋은 환경에서 안정을 유지해야 기운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어서 몸과 마음이 정갈해진다.

이렇게 우주의 기운을 받을 때 명상이나 관(觀)을 하는 자세로 앉아있으면 더욱 좋다. 서서히 움직이는 것은 좋지만, 급히 움직이거나 부부관계 등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새벽을 맞이하면 하루 종일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

몸이 허약한 환자나 노쇠한 노인은 이 기운을 잘 받지 못한다. 레마르크가 지은 󰡔개선문 Arc de Triomphe󰡕에서 라비크와 그의 침실을 소제하기 위해 온 하녀 에브와의 대화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아침마다 낯선 사람들의 침대를 정리하노라면 무슨 생각이 들지?” “아무렇지도 않아요. 남자분들이 딴 짓만 하지 않으시면요. 하지만 엉뚱한 짓을 하시려는 분이 종종 있어요. 파리는 사창가가 그렇게도 싼데 말예요.” “아침부터 사창가에 갈 순 없잖아. 그리고 어떤 손님은 아침에 기운이 더 나거든.” “그런가 봐요. 특히 노인들은요.”

이 대화는 노쇠한 노인이라도 새벽에 기운을 받게 되면 잠시라도 기운을 쓸 수 있고, 그때 눈앞에 보이는 하녀에게 욕망을 충족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노인이 기운을 쓰고 나면 짧게는 하루 종일 기운이 없고, 길게는 인생 내내 기운이 없게 된다. 왜 그런가? 흡수한 기운이 소화도 되기 전에 기운을 쓰면, 밖에서 얻은 기운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진기(眞氣)까지 다 쓰게 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중풍에 걸려 몸을 제대로 못쓰게 되고, 더 나쁘게 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易에서는 ‘양의 기운이 아직 물속에 잠겨서 감추어져 있을 때는 기운을 기르면서 기다려야 한다. 뜻을 확고하게 해서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