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四字論語> ‘簞食瓢飮’ 대바구니에 담긴 밥과 표주박에 담긴 물

최영갑 / 성균관대 겸임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질구나 안회여! 한 대바구니에 담긴 밥과 한 표주박에 담긴 음료수를 먹으며 누추한 마을에 있는 것을 사람들은 그런 근심을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으니 어질구나 안회여!”(子曰 賢哉라 回也여. 一簞食와 一瓢飮으로 在陋巷을 人不堪其憂어늘 回也不改其樂하니 賢哉라 回也여. 「옹야」9) 단

편집부 2017. 11. 14.

최영갑 / 성균관대 겸임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질구나 안회여! 한 대바구니에 담긴 밥과 한 표주박에 담긴 음료수를 먹으며 누추한 마을에 있는 것을 사람들은 그런 근심을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으니 어질구나 안회여!”(子曰 賢哉라 回也여. 一簞食와 一瓢飮으로 在陋巷을 人不堪其憂어늘 回也不改其樂하니 賢哉라 回也여. 「옹야」9)

단사표음은 공자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 안회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하찮은 음식을 먹고도 도를 즐길 줄 아는 사람.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닫는 사람. 학문을 너무 좋아해서 불행하게도 단명한 사람. 그가 바로 안회다.

보통 사람들은 가난을 견디기 어려운데 안회는 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도를 실천했다. 그는 소쿠리에 담긴 밥과 표주박의 물을 마시고 누추한 마을에 사는 것을 즐거워한 것이 아니다. 가난을 고민하고 벗어나려고 애쓰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도를 추구하는 삶을 고치지 않았을 뿐이다. 세상 어느 누가 가난을 즐기며 살겠는가?

보통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산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가난을 인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안회의 생각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물을 축적하고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안회의 이야기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살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누군가 피해를 볼 것이고, 사회는 이기적 인간으로 넘쳐날 것이다. 안회 같은 사람들은 가난 속에서도 도(道)를 추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애쓰며 산다. 따라서 국가를 책임진 사람들은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첫 번째 도리다.

쪽방에서 추위를 견디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연탄을 배달하는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가 들리는가 하면 불법 정치자금으로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뉴스도 끊이지 않게 들린다. 서민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불법자금의 액수는 왜 그리 큰지 입이 벌어진다.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사는 것이 성숙한 사람인데, 우리 사회는 미성숙한 사람들이 성숙한 사람을 다스리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넘쳐나고, 직업을 갖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 볼품없는 음식과 물 한 모금을 마시면서도 행복하게 웃는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불법과 부정을 저지르며 불안하게 사는 것보다 가난하더라도 즐겁게 사는 사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