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이는 명이의 때에 왼 다리를 상함이니, 구원하는 말이 건장하면 길하리라. 상에 말하기를 육이의 길함은 순리로 하고 법칙으로써 하기 때문이다.(明夷卦 六二)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은 문왕의 둘째 아들이다. 첫째 아들인 백읍고(伯邑考)가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려다가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둘째가 첫째를 대신해서 아버지의 지위를 계승한 것이다.
은나라의 마지막 왕은 수신(受辛)이다. ‘수’는 이름이고, ‘신’은 태양 10간 중에 여덟 번째인 ‘신(辛)’의 정기를 받아 임금이 되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주왕(紂王)’은 주나라가 은나라를 멸한 뒤에 대를 끊은 못된 임금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시호이다. 주왕의 ‘주’자는 ‘糸 + 寸’으로 실을 끊었다는 뜻이다.
수신왕이 폭정을 일삼고 있을 때, 주땅의 제후인 창(훗날 문왕으로 추존됨)은 더욱더 정치에 힘썼고, 정치를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사방에서 백성이 모여들었다. 그 세력이 커질 것을 두려워한 수신왕이 유리(羑里)에 있는 감옥에 창을 가두었다.
창의 맏아들 백읍고가 각종 진귀한 보물과 미인을 수신왕과 달기에게 바치면서 아버지의 석방을 탄원하였다. 선물을 받은 수신왕이 백읍고를 위한 연회를 베풀었는데, 백읍고의 늠름한 모습에 반한 달기가 그에게 추파를 던지면서 가야금타기를 청했다. 백읍고의 연주에 더욱 달아오른 달기가 가야금을 가르쳐 달라는 등 추파를 던졌으나, 그 마음을 모른 체하며 아비의 석방만을 원하였다. 자존심이 상해 화가 난 달기가 백읍고를 죽여서 그 아비인 창에게 먹이자고 하였다.
“만약 아들임을 알고 먹지 않는다면 필시 훌륭한 성인(聖人)일 것이니 임금의 명을 어긴 죄로 죽여 후환을 없애고, 아들임을 모르고 먹는다면 두려워할 것이 없으니 풀어주어 임금의 덕을 천하에 보여주소서.”
달기의 꼬임에 넘어간 수신왕은 백읍고를 죽여 떡(또는 국이라는 설도 있음)을 만들어 먹게 하였다. 창은 꿈자리가 뒤숭숭해 아침 일찍 일어나 점을 쳐 보고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내가 아들을 먹지 않는다면 여기서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체 받아먹고는 “아! 맛있게 잘 먹었다”하는 인사말까지 하였다.
풀려나서 귀국하던 중 들판에서 먹은 것을 토하자 살점이 빨간 갓난 토끼로 변하여 꿈틀 꿈틀 움직이다가 죽었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이 죽어 토끼가 된 것을 슬퍼하며 땅에 묻었는데, 이것이 바로 하남성 탕음현에 있는 토자총(吐子塚, 兎子塚)의 전설이다.
백읍고는 슬픈 전설을 남긴 채 죽었지만, 백읍고를 따라온 굉요(宏夭) 산의생(散宜生) 등 창의 신하들이 잇따라 갖은 보물과 미녀를 바치자, 멋적게 된 수신왕이 창에게 은나라 서쪽의 2000 제후를 다스릴 수 있는 서백(西伯)이라는 높은 벼슬과 함께 주변 제후국을 정벌할 권한까지 주면서 방면함으로써 주나라가 흥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되었다. 그래서 역에서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에 잘못 엮여서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아랫사람이 잘 도와주면 오히려 길하게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