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문묘의 향문(香門) 복원 공사가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명륜당 원형 복원 보수공사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2년 성균관 문묘 명륜당에 대한 원형 복원 보수공사를 했다. 공사 당시 문화재청은 이 보수공사가 원형고증자료의 분석과 관계전문가의 기술지도 자문을 통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성균관은 종로구청이 발간한 『서울문묘일원 종합정비계획』의 오류를 지적하며 이에 의거해 600년 역사의 문묘를 함부로 고치는 것은 분명 문화재를 훼손할 여지가 있으므로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성균관이 지적한 종합정비계획의 오류는 150여 곳에 이르렀고, 성균관은 성균관과 공동으로 위원회를 조직해 좀 더 면밀한 조사와 고증을 실시한 이후 문묘일원 정비계획을 시행하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성균관의 이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명륜당 보수공사는 그대로 진행됐고 지금의 명륜당 모습이 그 결과이다.
원형 복원 보수공사 전 명륜당 모습
문을 떼어낸 현재 명륜당 모습
2012년 원형 복원 보수공사에서는 명륜당 문을 떼어냈고 여기서 결정적 근거가 된 것이 세키노 다다시(關野貞)의 『조선고적도보』에 실려 있는 명륜당 사진 한 장이었다.
천원권 지폐의 배경 그림으로까지 사용된 명륜당의 문이 1909~1913년 한 일본인이 찍은 사진 때문에 한순간에 철거되었던 것이다.
『조선고적도보』에 실려 있는 명륜당 사진
『조선고적도보』에 실려 있는 진사식당 사진
『조선고적도보』는 조선총독부 후원 아래 일본인 학자 세키노 다다시와 다니이 사이이치(谷井濟一), 구리야마 슝이치(栗山俊一) 등이 1915~1935년의 20년간에 걸쳐 낙랑시대로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고적을 주로 하고 거기에 각종 유물들의 도판을 모아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것이다.
그 중 세키노 다다시가 서문에서 1909~1913 자료라고 밝히고 있는 『조선고적도보』 11권에는 성균관 문묘를 비롯해 개성 성균관과 평양, 안주, 영흥, 옥천, 강화, 경조, 대구, 안동, 성주, 상주, 진주, 고령, 영산, 창령, 나주 등 15곳의 향교 사진이 실려 있다.
『조선고적도보』는 세키노 다다시에게 프랑스 학사원상을 수상케 한 책이지만, “남의 나라 문화재를 약탈하기 위한 자료다”, “비학문적인 동기에 의하여 저술된 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건축조사보고』와 같은 맥락의 책이기도 하다.
『한국건축조사보고』는 세키노 다다시가 1902년 62일간 한국을 방문하고 1년 6개월간 정리해 1904년 2월 서문을 쓴 비공개 서적이다. 이 책에 실린 명륜당의 사진은 『조선고적도보』에 실린 사진과 동일하다. 하필이면 이 책의 사진을 근거로 명륜당의 문을 떼어냈을까.
『조선고적도보』에 실려 있는 사진들은 유림이라면 참담한 마음을 금치 못하게 한다. 진사식당은 잡초만 우거져 있고, 마루 등은 모두 망실된 채 중간에 기둥만 남아 있다. 명륜당도 마당에 잡초가 자라 있고 황폐한 모습이다. 이 책의 진사식당 사진을 가지고 진사식당 원형이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명륜당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2012년 당시 전문가를 자처한 이들은 이 『조선고적도보』에 실려 있는 또 다른 자료를 놓쳤다. 문묘 평면도다. 이 문묘 평면도를 보면 명륜당에 문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평면도대로라면 명륜당의 문을 떼어내서는 안 되었다.
『조선고적도보』에 실려 있는 성균관 문묘 평면도(원 표시가 된 곳이 명륜당)
명륜당 평면도에는 문이 달려 있는 것으로 돼 있다.(원 표시)
여기서 아주 상식적인 질문이 가능하다. 문도 달려 있지 않은 명륜당에서 한겨울에 성균관 유생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이 답은 명륜당 문을 떼어낸 전문가들이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성균관 문묘 복원과 관련해 10여 곳 넘게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명륜당으로 통하는 북장문 문을 거꾸로 달았다가 민원에 의해 수정하기도 했고, 무분별한 공사로 고사한 나무가 한둘이 아니다. 모두 전문가라고 자처한 이들이 성균관과 협의 없이 벌인 일이다.
방동민 (사)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은 “이런 잘못들은 성균관과 제대로 된 상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지적되고 있는 잘못된 사항들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반복되는 무분별한 국고낭비에 대해서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